강남의 한 음식점(삼원가든)에서 열린 만찬에서 북한 방문단들과 남측가족들이한데 어울려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대한적십자사 총재 주최로 16일 서울 신사동 삼원가든에서 열린 공동석식에는 남북측 이산가족 7백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이날 오후 6시 20분께 도착한 남측 가족들에 이어 오후 7시께 북한 가족들이 속속 입장했으며 만찬은 양념갈비, 냉면, 식혜, 과일 등의 음식이 준비됐고 백세주,맥주, 콜라, 사이다 등의 술과 음료가 마련됐다.
#인민배우 박 섭(74)씨는 본관 무궁화홀에 들어와 차려지는 음식을 보며 "시설이 참 좋다. 음식 맛도 좋은가"라고 동생 박병련(63)씨에게 물었다. 동생 박씨는 "이 집이 서울에서 가장 큰 갈비집"이라며 "서울이 원래 불고기로 유명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남측 최고령 할머니인 조원호(99)씨와 아들 리종필(69)씨는 만찬장에서도 한시도 손을 놓지 않고 냉수를 서로 먹여주는 보기 좋은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리씨는 "어머니 제가 다시 올 때까지 꼭 살아계세요"라며 "그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가인 정창모씨는 언니 춘희씨에게 배나무, 남희씨에게 국화, 순자씨에게
매화 그림을 각각 선물했다. 정씨는 남한 미술과 관련, "세계 미술의 각종 전시장같은 느낌"이라며 "남한은 원래 동양화의 전통이 내려왔는데 최근에는 현대화되면서전통이 희박해져 좀더 전통에 뿌리박고 현대 미감에 맞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즉석에서 평을 하기도 했다.
그는 "김기창 같은 대가들의 전통이 살아 움직였으면 한다"며 "민족회화가 현대적 추세에 떨어지지 않게 지향하려는 노력은 이해할 하니 미술에서도 세계적인 패권을 갖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김옥배(62)씨 가족은 식사에 앞서 포도주로 건배를 하며 50년만에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를 즐겼다.
김씨는 동생 숙배씨에게 "왜 너희들만 왔냐? 애들 얼굴이 보고 싶다"고 말하자숙배씨는 "오늘은 비표가 없어서 함께 올 수 없었지만 앞으로 가족이 다함께 만날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고 대답했다.
어머니 홍길순(87)씨가 "네가 어릴 적에 새우를 좋아했는데 많이 먹이지 못해안타까웠다"고 말하자 김씨는 "엄마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는 새우튀김을 한번 먹어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원산병원 내과과장 홍삼중, 원산진료소장 이봉순씨 등 북에서 온 7명은 "
우리는 모두 원산 출신"이라며 "북에 올라가도 서로 연락하고 의지해서 한 형제처럼살자"고 즉석에서 의기투합하기도.
#문병칠씨의 누님인 정선씨는 "만나는 것은 좋은데 자꾸 야외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대접하다 보니 입맛에 맞는 음식을 대접할 수 없다"며 "다음 번 가서는 편하게 집에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임재혁(66)씨의 아버지 휘경(90)씨는 말은 못하지만 손짓으로 자식들에게
많이 먹으라고 권했다.
재혁씨는 아버지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제대로 못드시니 목이메인다며 아버지가 제대로 드시도록 죽이라도 한그릇 먼저 가져다 달라고 직원에게부탁하기도 했다.
#오영재씨는 이어 "김정일 장군님이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때 남쪽 소주
인 진로소주를 마셨다는 소문을 듣고 북쪽 작가동맹 소속 작가들이 '남조선에 다녀오면 진로소주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며 참이슬 소주를 주문하고 가족들과 '50년만에 만난 동생을 위하여'라고 외친 뒤 동생들과 술을 마셨다. 오씨는 술을 마시자 "술맛이 좋다"고 자평. 오씨는 또 "황석영씨가 방북했을 때도 술을 마시며 친해졌다"고 덧붙였다. 동생호재씨는 "형(영재)이 나이보다 순진하다"며 옆에서 거들기도 했다.오씨는 황석영씨에 대해 "황씨는 '내가 민족문학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분단조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북쪽에서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출반된 황씨의 대표작 '장길산'을 읽은 적이 있다"며 "북남 교류가 활발해지면 내 시집을 남한에서 출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쪽 시인들의 작품은 북에 소개되지 않았다"며 "이는 출판물 교류가없고 상호방문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
오씨는 "그러나 북쪽의 문학가들은 김지하, 김남주, 박노해, 옛날 시인인 박두진의 작품을 보았고 작가회의때 신경림의 작품을 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신씨의 작품은 '조선문학'에도 실린 적이 있다"며 "북남의 문학가들이 서로의 윤곽만 알고 잇고 대강 파악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통일에 대해 오씨는 "우리 서로 힘을 합쳐, 마음을 합쳐 통일위업에 한몸을 바쳐갑시다"라고 호소했다.
#큰형 치원(86)씨 등을 만난 김치효(68)씨는 대구시 덕산동이 고향으로 경북
중학교를 거쳐 서울대 문리과대학 1년 재학중 실종됐다가 이번에 가족들을 상봉했다.누이 동생 원조(77)씨가 김씨에게 음료수를 먹여주자 김씨는 "어릴 때 품에 안고 물먹이는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감개무량하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이어 "통일은 꼭 해야 하고 될 수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기 때문이다.조선의 하나의 강성대국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왔다간 사실만 보아도 통일의지가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측 방문단 가운데 안순환(62)씨 가족에게 때아닌 불상사가 발생해
잠시 만찬장은 긴장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7시께부터 삼원가든에서 어머니 이덕만(86)씨와 동생 안민환(58)씨등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던 중 안민환씨의 아내 한정자(56)씨가 8시 5분께 백세주한잔을 마신뒤 갑자기 음식을 토하면서 그대로 쓰러진 것.
8시 15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 시립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한씨는 다행히30여분만에 의식을 회복, 안정을 되찾았다.
적십자병원 내과 의사 임재현(31)씨는 "단순한 쇼크일 수 있으나 환자의 상태를지켜보겠다"고 상황을 설명.
#한편 이날 만찬은 오후 5시 45분께 한적 및 안전요원, 식당직원에 대한 간
단한 수칙이 전달되고 보안검사가 끝남으로써 시작됐다.
이어 6시 10분께 남측 상봉단이 도착했다. 식당 관계자는 이날 남측 대표단 51명과 가족상봉단 500명, 북측 대표단 51명과 방문단 100명 등 모두 702석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6시 50분께 북측 방문단이 당초 예정보다 20여분 늦게 도착해 기념사진을찍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승선(69)씨는 아들인 기남씨에 대해 소개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기
남씨는 평양교예단 소속으로 남한에 두번 왔고 서울 방문때만다 교예시범의 맨 마지막에 등장, 공중 5회전 시범을 보였다고.
신씨는 "충북 단양군에 살 때 고향 취로사업을 하던중 인민군 최고사령부 공병부대를 따라 같이 진군했으며 진군시엔 위생부장을 담당했고 진군 후에는 공장에서근무하다 북한 군의대학 평양의학교를 졸업했다"고 자신의 이력을 밝혔다.
신씨는 현재 평양시 중구역 병원에서 외과과장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
그는 북쪽에 아무 친척이 없는 혈혈단신인 자신을 이처럼 키워준 '김일성 장군님께 항상 감사드린다며 "이번 북남 이산가족 상봉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공동 석식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북측 방문단과 남측 친지들은 입을 모
아 '아리랑'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을 합창했다.
공동 석식의 분위기는 매우 자유롭고 북측 안내원은 모두 제외된 상태였다고 한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발맞춰 남측 안내요원도 삼원가든 복도에 드물게 배치돼 상봉의 기쁨을 나누는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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