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인제 불가론'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당 내부의 일이지만 그 이면에 '이회창 대세론', '한나라당 음모론'이 도사리고 있어 정치권 전체가 시끄러워지고 있다. 야당도 역음모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13총선 당시 영남지역에서는 '이인제 학습효과'라는 말이 유행했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를 찍는 바람에 김대중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이번에 한나라당을 찍지 않고 민국당을 찍으면 민주당만 좋아진다"라는 것이 이 이야기의 요지다.
그리고 총선이 끝난 뒤 민주당 내에서는 이인제 학습효과와 맥을 같이하는 듯한 '이인제 불가론'과 함께 '제3후보론'이 등장했다. 이인제 고문에 대해 "이 고문으로는 차기 대선에서 영남권의 이반으로 승산이 없다. 당내 인사가 아닌 제 3의 인사를 영입, 대선을 치러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고문은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과정에서마저 자신에 대한 불가론이 나오자 그동안의 무대응 전략에서 탈피, 정면돌파 쪽으로 선회했다. 자신의 상품성이 민주당의 최고위원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대의원들에게 각인시키는 동시에 영남권의 비토 분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의 발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고문이 특히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영남권의 거부 기류다. 그는 지난 14일 대구에 들러서도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에서 자기들 선거운동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 충청도에서 출마한 사람을 끌어들여 비난했다"고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또 '이회창 대세론'을 전파시키며 사실상 대선기획단마저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유일한 경쟁자인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이인제 불가론을 만들어 유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 편에서는 한나라당이 이인제 불가론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흥미롭다. 한나라당은 "이인제 불가론이 민주당의 이 고문에 대한 대권후보 이미지만 강화시켜주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회창 대세론'이 전적으로 대선국면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집중적인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 이 고문이 자신에 대한 불가론을 오히려 역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불가론을 한나라당의 공작으로 규정하고 이를 공격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이미지 강화의 부수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李東寬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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