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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임팔암(동인건축사무소 소장)

각 도시마다 번화한 거리가 있다. 서울의 명동은 사치의 거리요, 부산의 남포동은 유흥의 거리며, 대구의 동성로는 젊음의 거리다. 그런데 동성로 풍경이 변했다. 70~80년대만 해도 동성로 여인들의 옷색깔로부터 봄이 옴을 알았고, 겨우내 숨겨둔 속살을 보고 사춘기 젊은이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상기된 얼굴로 동성로를 하릴없이 오가곤 했다. 그야말로 낭만의 거리요, 젊음의 거리였다.

요즘은 봄이 오든지 여름이 오는지 모를 지경이다. 여름인데도 어쩌면 그렇게도 획일적인 바지패션인가. 입술색도 너나없이 밤색이다. 앵두색 입술의 환한 얼굴은 다 어디로 갔는가. 유행을 따르되 개성있게 따르자. 미끈한 각선미를 남성이 흘겨만 봐도 30분 운동효과가 있다는데…그래선지 요즘 남성들은 기가 팍 죽어있다.또 한약을 잘못 먹어서 머리카락이 쉬었나, 부모 중 하나가 서양인인가, 애늙이는 왜 그리도 많은가. 길거리에서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는 광인처럼 귀에다 손을 대고 혼자 중얼거리는 젊은이가 돼 그렇게도 많은가. 한달 휴대폰 전화료가 한달 먹는 쌀값보다 많다.

건축물들은 어떤가. 모두가 저 잘났다고 아우성이다. 디자인한답시고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고, 개성을 살린 답시고 감각적이고 튀는 원색으로 간판을 달고, 몸치장까지 했으니 혐오스런, 곧 싫증이 나는 일회성 디자인들이다. 역사에 길이 남을 건축은 기능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형성에 있다고는 하지만 조형성만 추구하고 기능성이 없는 건축은 건축이 아니라 조각이다.

대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밀라노 프로젝트는 언제까지 밀라노라는 이름을 쓸것인가. 이름부터 바꾸면 어떨까. '대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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