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기금운용 어처구니 없다

각종 기금관리가 소문대로 엉망임이 드러났다. 국민으로부터 준조세(準租稅)성격의 돈을 국가예산의 2배가 넘게 거둬들여 운영주체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왔다는 것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정부가 스스로 62개 전체 공공 및 기타 기금의 운영실태를 조사하고 평가한 사실을 공개했다는 것은 높이 살 일이지만 기금의 방만한 운영실태에는 새삼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선 40년만에 처음으로 이같은 실태조사가 이뤄졌다는 사실 자체가 그동안 정부 관련부처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자세를 엿보게 한다. 설사 기금운용이 법적으로 엄격한 통제를 받고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돈을 사용하는 입장에 있는 정부당국은 이에 대한 타당한 기준을 세워 운영하고 그에대한 감시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도리다. 더욱이 외환위기 속에 공적자금 조성 등 재정수용가 늘어나면서 국가예산을 적자편성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법적 감시가 느슨하다는 조건을 악용한 이같은 기금운용은 국민의 질타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국민연금의 경우처럼 현재와 같은 방만한 운용으로 기금이 바닥 난다면 결국 그 부담이 국민들에게 넘어온다는 점에서 예사로운 문제가 아니다.

조사결과에 나타난 내용을 보면 일부 제대로 운영되는 기금을 제외하면 설립목적에 맞지않는 호텔.회관 등 부대사업의 운영으로 재정손실을 보았다는 것이다. 또 운용수익률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금융기관 한곳에 맡겨 수익성과 안전성을 위협받는 상태며 일부 기금은 동일분야를 지원하고 있으나 기금간의 업무조정이 되지 않아 대상자가 중복되는 낭비지원 현상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기금조성 방법에서도 기금수혜자가 특정계층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재원조달에 수익자부담을 강화해야하는데도 복권발행 등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이같은 부실.낭비는 정부가 예산에 의존하는 재정운영보다 견제장치가 없다시피한 기금운영을 선호하고 그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생긴 것이라할 수 있다. 차제에 기금 가운데 없앨 것은 없애고 중복되는 것은 통합하고 기금운용에서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객관적 감시견제 장치를 확보하는 근본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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