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보건법 '유명무실',학교주변 유흥업소 난립

전국이 러브호텔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학교보건법이 오히려 학교주변 유해업소 난립을 부추기고 각종 민원을 불러오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 경계선 50m이내를 절대정화구역으로 정해 여관, 호텔 등 숙박시설과 단란주점, 노래방, 오락실 등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0m이내인 상대정화구역내 건축물에 대해서는 '학교환경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심의위원회가 교육환경를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건축허가를 관할관청에 협의해 줄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둬 유해업소 난립의 빌미가 되고 있다.

더구나 학교환경정화위원회의 경우 교육기관 관계자, 학부모, 지역인사 등으로 구성돼 있으나 건축주 및 허가기관 등의 로비에 자유롭지 못할 경우 공정한 심사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대구시 교육청의 경우 올들어 접수된 정화구역내 건축물 심의요청 600여건중 절반정도인 300여건에 대해 '교육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발부했다.

또 유치원 주변 상대정화구역에 들어선 당구장, 만화방, 담배자판기, 노래방 등의 경우 93년 규제완화 조치에 따라 아예 심의대상에서 제외돼 유치원생 등이 이들시설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성구 지산동 ㅁ, ㅎ 유치원 주변의 경우 노래방, 술집, 당구장 등 13곳이 들어서 영업중이다.

이처럼 학교 주변에 숙박, 유흥, 오락시설 등이 마구잡이로 들어서자 주민들이 집단반발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구 방촌동 영남네오빌 800여가구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나이크클럽 등을 갖춘 9층규모의 관광호텔이 들어서려하자 호텔신축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주택가와 학교 3곳이 몰려있는 곳에 관광호텔이 들어설 수 없다"며 교육청과 대구시에 심의과정 공개 및 사업승인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지자체의 마구잡이식 허가로 청소년들의 교육환경이 희생당하고 있다"며 "공청회 등을 통해 학교보건법상 예외조항을 없애는 등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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