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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이창규-군위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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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식들은 감관을 통하여 열리곤 한다. 마른 풀 냄새, 세느강의 등뒤에서 느닷없이 들려오는 아득한 비명 소리(전락), 눈이 멀고 생각이 먹먹해지는 강렬한 지중해의 햇살(이방인), 절인 오이를 파는 프라하 골목의 손수레에서 나는 시큼한 식초 냄새(행복한 죽음)들이 어떤 출구로 빠져나가 자신들만의 어떤 기억(인식)에 도달하는 길목이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사파이어 빛 푸른 무청과 강가의 물비린내가 묻어 있는 바람 속에서 어떤 인식의 출구들을 여는 열쇠가 된다. 이 가을 들길에 나가면 아무 것이라도 제 씨앗을 한가득 품고 있다. 지나가는 바람이나 새들의 발자국 소리에도 와르르 훗 떨어져 이제 자신의 내면으로 되돌아가는 그런 때를 맞고 있다. '허무의 향기와도 같은 그 무엇으로 인하여 마음속에 눈물 가득한 침묵이 태어나면서 나로 하여금 거의 해방감에 가까운 느낌을 맛보게 해주는 것'(A.카뮈의 '안과 겉' 중에서)처럼 죽음도 마지막 카타르시스인 것이다.

세상 안에 있는 존재들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절대와 영원의 세계를 향하고 있다. 인간은 이 지상에 속해 있으면서도 영원을 향함으로 해서 두 세계가 자신의 내면에서 마주하고 있어서 불행한 양성자(hermaphrodite)의 두 경계인 셈이다.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길'은 그 것을 잘 말해준다. 인간은 제 안에 천국과 지옥,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기이하고도 신비로운 실체인 것이다. 인간의 길은 두 개의 태양 사이에 있는 삼나무(사이프러스)와 같이 두 세계 사이로 난 경계면을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한쪽 영혼이 앓고 있음을 느끼게 될 때 불행한 양성자의 다른 한쪽은 간호와 시중을 위하여 더욱 건강해진다. 그러므로 모든 사물 모든 사람 하나 하나에 기적적인 가치를 회복시켜준다. (카뮈의 '안과 겉'중에서 삶에 사랑'참조)그토록 세상과 '삶에'의 대한 사랑만큼이나 죽음의 카타르시스적(cathartic) 전율도 다가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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