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탄핵안 표결앞둔 검찰

검찰 수뇌부에 대한 탄핵안 표결(17일) 하루전날인 16일 검찰내 분위기는 큰 바위에 짓눌린 것 같았다.

당사자인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은 평소처럼 출근해 업무에 임했지만 표정은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대검 간부들과 검사들은 할 말은 많지만 참겠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우여곡절끝에 15일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보고가 이뤄지고 17일 표결이 예정된 상황에서 대응 자체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듯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탄식과 불만이 혼재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간부는 현재의 상황을 거론하며 "구한말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대우사태 등으로 국가경제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인데 정치권이 법적 근거도 없이 발의된 검찰총장 탄핵문제로 1개월 넘게 정쟁을 계속해 온 것을 비판한 것이다.검찰 수뇌부에 대한 탄핵발의의 원인제공자가 된 공안검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법에 따라 수사해 혐의가 입증되면 기소했을 뿐인 데 무슨 편파수사를 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야당의 편파수사 공세에 불법·타락 선거가 관심을 끌지 못하고 묻혀버린게 사실은 더 큰 문제"라며 언론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다른 검사는 "죽도록 고생하고 왜 비난만 받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사표 쓰는 검사들도 많을 것"이라고 비장한 분위기를 전했다.

한 부장검사는 "야당이 탄핵의 명분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고 있는데 정말로 그것을 바란다면 탄핵안을 즉각 철회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오해와 불신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반성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이 어떤 목적을 갖고 검찰을 흔드는 것이 아닌 지 의심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탄핵안의 경우 133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 4표만 더 확보하면 가결되기 때문에 검찰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자민련 의원들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대검의 한 간부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때까지 공권력이 무력화되는 엄청난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며 "의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탄핵안 발의를 계기로 자성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탄핵안 표결이후의 후유증을 걱정하면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지검 형사부의 한 검사는 "여소야대로 그 어느때보다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탄핵안이 가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탄핵발의 이후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는 게 당면과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현정권들어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검찰을 흔들어 대 결국 이렇게 된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검찰조직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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