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어 끝까지 항전

플로리다 대선 시비가 오는 27일의 개표 결과 최종 발표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 명확해졌다. 연방 대법원이 그 이후에 판결을 내리겠다고 발표했으며, 고어측이 추가 소송도 추진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

○…당락 결정이 늦어지자, 차기 당선자의 정권 인수 작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선거 당일 승패가 가려지면 73일 정도의 기간이 있으나, 올해는 법정 싸움으로 최소 20일 이상을 허비해 버리고 있기 때문.

정권 인수 기간에는, 당선자가 일개 후보에서 새 국가 지도자 이미지로 탈바꿈되고, 선거 공약을 법적으로 포장하며, 내년 1월20일의 취임식에 맞춰 기억에 남을 취임 연설을 준비하는, 한편, 2월 의회에 제출할 새해 예산안 편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 또 백악관을 비롯한 정부 요직 3천여개에 새 얼굴들을 앉히는 새 정부 틀짜기도 서둘러야 한다. 그 중 600여명은 선정 때 청문회와 상원 인준 과정을 거쳐야 해 길게는 8∼9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예년 같으면 선거운동 조직에서 이미 300여명을 정권인수반으로 전환시켜 진작부터 작업에 돌입했을 시기. 그러나 이번엔 물밑 가동됐던 양 진영의 정권인수반이 여전히 개점 휴업인 상태이다.

더욱이 올해는 악화된 양측 감정 때문에 인수 과정조차 어려울 것으로 점쳐져 있기도 하다. 고어가 당선돼도 만만찮은 장애물이 예상되고, 판을 완전히 새로 짜는 이른바 '비우호적' 정권 인수를 해야 할 부시로서는 위기감마저 느끼게 될 지경이다.

○…부시.고어 두 후보가 그 사이 말을 정반대로 뒤바꾸는 일이 잦아, 주위에서는 욕심에 눈이 먼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선거에 들어가기 전 고어측은 "대통령은 어차피 선거인단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유권자 득표에서는 져도 괜찮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개표결과 고어가 그런 상황에 처한 것으로 드러나자 "유권자 득표야말로 국민의 뜻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고어도 자신이 유권자 득표에서 이겼음을 지난 21일 애써 강조했었다.

부시는 1997년 텍사스에서 개표 시비가 일자 주지사로서 수작업 개표 허용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수작업 검표가 더 좋다는 뜻을 비쳤었다. 그러나 이번엔 "수검표는 자의적이고 혼란스럽다"고 반대했다.

또 부시의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주 권한을 옹호해 왔지만 이번엔 연방 법원으로 달려갔다. 재검표 판결에서 주 법원들이 민주당 성향을 보이며 자기 뜻과 다르게 반응했기 때문. 반대로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연방정부 역할 강화를 주장해 왔지만, 이번엔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해서 주 법원 판결을 받들었고, 그러다 피해를 입기까지 했다.

○…부시측의 체니(59) 부통령 후보가 24일 퇴원했다. 병원 문을 나서던 그는 심장병 때문에 부시가 러닝메이트를 교체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다는 일부의 관측에 대해 "의사들은 부통령으로 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어떠한 시사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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