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자락에는 만평 그리는 노인이 산다. 대구 백안동의 공의홍(63)씨. 신문·잡지를 통해 제법 이름이 날려진 사람이다. 직업 만화가? 아니다. 취미로 그린 것이 50년을 훌쩍 넘었을 뿐이다.
공씨가 먼저 만난 것은 그림이었다. 그것에 빠져든 것은 10세가 조금 넘었을 때. 보통 소년들처럼 선생님의 칭찬을 좀 들었고, 몇몇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러다 말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6·25 전쟁 통에 국립극장이 대구로 내려온 뒤엔 본격적인 그림 인생으로 접어 들었다. 그 극장 간판 화가의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그 후에는 여러가지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디를 가든 그림을 손 놓지는 않았다. 먹고 살 궁리 하라는 아내의 핀잔에도 아랑곳 않았다. 게을러서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내버려 두지를 않았다. 군 복무 시절에도, 노동자로 나갔던 사우디 시절에도, 사람들은 그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1960년대부터 다시 대구 시민·사보이·미도 등 극장의 간판을 그렸다. 20년 가까운 세월. 찰튼 해스턴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엘시드'를 가장 멋지게 그렸다고 추억한다.
동네 극장이 사양길로 접어든 뒤엔 미군부대에 10년쯤 근무했다. 농사·축산에도 손 댄 적 있다. 그러나 결국엔 그림이 역시 인연이더라고 했다. 신문·잡지에 독자 만평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 지금까지 1천500여편을 보냈다. 게재된 것은 700여 편. 실리든 않든 개의치 않는다. 그의 몫은 그저 그리는 것일 뿐. 하지만 신문은 6종류나 구독한다. 시사에 밝아야 하기 때문.
그는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뒤 고치기를 반복하는 형이 아니다. 그저 붓펜으로 떠오른 단상을 쓱쓱 그려댄다. 창 너머로 아담한 집들과 야트막한 산이 보이는 팔공산 자락 작은 거실이 그의 작업실. 앉은뱅이 책상엔 붓펜과 그림에 쓸 폐 광고지가 수북하다. 평생 옆에 둘 취미가 있어 행복하다고 그는 말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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