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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부고란을 읽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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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고란'을 꼼꼼히 읽는 이유는 죽음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대체 죽음이 어떻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그 서늘한 주제가. 나는 부고란에서 나를 본다. 또한 내 주검을 보고 있는 나를 본다. 고로 죽음은 관심이 아니라 실존의 문제다. 유한자인 인간이 자기 존재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게 하는 계기. 누구나 그럴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만은 우물처럼 컴컴한 내면을 들여다본다. 지나온 날들을 반성하면서. 하여 죽음에 대한 인식은 삶을 명징하게 해 준다.

왜 반성의 순간에 죽음이 개입할까. 첫재는 반성 속에는 시간적 사유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을 타고서 과거와 현재·미래를 오가노라면 죽음을 만날수 있다. 순간순간 잘못을 저지르는 어리석은 자신도 만나게 된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물체가 그러하겠지만, 인간은 의식적으로 시간을 사유의 기반으로 삼는다. 죽음이란 결국 현재성에 사로잡힌 인간에게 사유의 확장을 가져다준다. 점같은 순간을 이어서 시간을 길고 깊게 볼 수 있게 해 준다.

둘째는 존재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속에서 인간은 죽음이란 주제를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존재를 간단히 '있음'으로 본다면 죽음이란 '없음'인가. 단순히 육체의 사라짐이 죽음이라면 죽은자에 대한 제사나 추모는 무의미한 것. 화장을 하든 땅에 묻든 주검을 다루는 방식이 문제될 것은 없다. 죽음이란 존재의 끝이고 무니까. 그래도 나는 믿는다.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여전히 살아있으리라고.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다른 것에 있으리라. 죽음이란 잊혀진다는 것이다. 하여 정작 두려운 것은 육체의 죽음이 아니라, 산 자들의 기억속의 죽음이 아닐까. 나 또한 그러하다. 내가 사랑했던, 나를 사랑했던 이들이 나를 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삶이 아득하다. 그래도 어쩔수 없으리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것은 진실이니까. 오늘도 나는 신문의 '부고란'을 열심히 찾아읽는다. 죽은 이가 몇살인지, 유족은 누구인지, 장지는 어디인지. 그것만으로도 죽은자의 삶이 짐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황현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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