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년 여야 정국 구상

신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지난해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세 사람의 전격적인 자민련 입당으로 신년 정치는 벽두부터 꽁꽁 얼어붙었다. 또한 새해 정치는 여권의 DJP공조를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 개헌론을 중심에 두고 일어날 정계개편 논쟁, 그리고 여야의 대선 예비주자들간 경쟁 등이 한데 어울러 복잡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본지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의 김중권 대표로부터 새해 구상을 들어봄으로써 신년 정국 기상도의 밑그림을 그려봤다. 대담은 정치2부의 서영관 부장대우가 했다.

---한나라 이회창 총재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대구·경북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이 총재와의 신년 인터뷰에선 이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총재는 지역의 경제 회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면서 변함없는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영남권 후보론이나 2·28 공천 파동 등의 질문에는 신중을 기했다.

-김윤환 민국당 대표의 낙천이 당시로선 득이 됐을 지 몰라도 차기 대선 등을 생각할 때 실(失)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공천 파동 후 일부 동지들이 당을 떠나게 돼 가슴 아팠다. 김 대표에 대해선 지금으로선 무엇이라고 말할 시기가 아니다.

-차기 대선과 관련, 영남권 후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좋은 분이라면 당연히 돼야 한다. 그러나 이 나라를 이끌 분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진실로 좋은 인사가 돼야 한다. 정치적 리더가 어느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의 임명에 대한 야당의 비난이 김 대표가 영남 출신이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

▲그럴리가 있는가. 우리 당이 그런 차원에서 김 대표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여당 대표 한 사람을 이곳 출신으로 임명했다고 대구·경북 민심이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본다면 대단히 얕은 생각이다.

-동서화합을 주장하는 여권은 한나라당이 지역감정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대선을 2년 앞둔) 올 정국에서 이 지역의 역할이 클 것이다. 정치적 동기나 목적으로 TK 정서를 이용하는 식의 접근은 어느 누구도 해선 안된다. 지역주의 문제를 이곳에 국한된 지역감정의 문제로 인식하거나 야당이 부추겼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리는 여권의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지방 경제가 모두 어렵다지만 특히 대구는 더욱 심각하다.

대구시민 힘잃지 말아야

▲대구 경제가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대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이곳 출신 의원들이 중심이 돼 지방경제 살리기 특별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구가 과거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 국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됐듯이 이번에도 힘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 지도층들까지 시위를 벌이는 등 각종 시위가 이어진 한해였다. 장외집회에 대해 반대 여론도 있었다.

▲장외집회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야당 총재가 된 후 첫 장외집회는 야당 의원 빼가기식의 인위적 정계개편 때문에 빚어졌다. 벼랑에 몰린 우리로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장외투쟁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 1당으로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달라.

▲경제 위기를 초래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한데 있다. 중장기적인 정책 대신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정책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선 금융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 반짝 성과를 보이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한 문제의 해법은.

▲방향과 순서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 전쟁위험을 피하고 평화 공존의 틀을 구축한 뒤 통일을 하는 순서가 돼야 한다. 긴장완화 차원에선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통일 환상만 심어주고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총재 역시 비민주적인 당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년반동안 야당 총재로서 현 정권의 탄압에 맞서 대응해온 것은 당원의 총의를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시급한 상황에 직면했을 땐 당원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기 전에 총재로서 외로운 결단을 내려야 할 경우도 있었다.

-당 운영과정에서 일부 측근들의 자문에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으며 당내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당직을 맡은 사람들에 대해 그 위치에서 상의하고 의견을 듣는다. 때문에 당직을 맡으면 주류, 맡지 않으면 비주류가 되는 셈이다. 박근혜 부총재도 비주류라고 하지만 실제론 주류이다. 당내 비판을 놓고 주류, 비주류로 분류하거나 '반(反)창(이회창)'운운은 적절하지 않다.

-정·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 등에 대한 입장은.

▲개헌론에 반대한다.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정·부통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 데 지역주의는 헌법이 잘못돼 생겨난 게 아니다. 영호남 지역 균형을 위해서라면 현행 헌법아래서도 대통령과 총리로 충분하다. 중임제가 되면 현직 대통령은 모든 지위를 이용, 재선에 온갖 힘을 쏟을 것이다.

-연말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입당으로 DJP공조가 복원됐고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가시화되고 있는데.

▲대통령의 국정쇄신이 말뿐이란 것이 입증됐다. 이른바 DJP공조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민주주의의 원칙과 기본을 무너뜨린 국민적 배신행위를 저질렀다. 말로는 상생을 정치와 국정쇄신을 외치면서 사실은 정치를 파괴하고 국정을 직무유기한 것이다.

-여권의 정계개편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대책은.

▲정략적인 정계개편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대 야당이 국정 불안의 원인이라고 책임전가를 하면서 재집권에만 집착해 정치와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 정계개편을 시도한다면 국민들이 이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리: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민주당 김중권 대표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한나라당과 협력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신년 인터뷰에서 "대구·경북지역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차기대선과 관련, 일각의 영남후보론에 대해 "영남권 후보가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며 능력이 있는 인물이 지역에서 배출되면 밀어줘야 한다"면서도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저를 거부할 이유가 없으나 지금은 대권문제를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에서 보궐선거가 시행될 경우 출마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봉화·울진지역 외에도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인가.

▲재·보궐선거 출마 운운은 진의가 왜곡됐다. 대구의 경우 아예 보선 요인이 없다. 봉화·울진은 선거무효소송 진행중이며 16표 차로 떨어졌으니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법부가 판단을 한 후에 결정할 문제다.

"인사불균형 시정할것"

-지역에선 정부인사 및 예산집행을 놓고 지역별 차별이 심하다는 여론이 많다.

▲과거 영남 집권시절 호남지역이 인사상, 예산상 차별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영남인들이 여러 느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인사문제는 매우 예민한 대목이다. 영남인들이 그런 인식을 갖지 않도록 앞으로 시정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대표 출범 이후 5,6공과 관계복원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자주 뵙고 좋은 조언도 듣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5,6공과의 관계복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제 시대는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그 분들은 이제 국가의 원로들이다.

-박정희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두고 반발이 적지 않다. 민주당 대표로서 기념관 건립에 대한 입장은 무언가.

▲박 전대통령은 가난을 물리치고 한국경제를 튼튼하게 만든 분이다. 인권탄압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면도 있으나 아직도 그를 존경하는 국민들이 많다. 박 전대통령을 반대하는 분들의 심정도 헤아려야 하지만 거시적으로 미래를 내다볼 때 기념관을 건립하는 게 좋다고 본다. 언제까지 불행한 대통령만을 만들어서야 되겠나-지역감정 해소를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성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정말 대책은 없는가.

▲지역감정 치유책은 균형있는 인사와 예산편성, 권력구조 및 선거법 등 제도적 개선, 그리고 감정적 편견해소 등이라고 본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영남은 호남사람들이 갖은 핍박 속에도 인권과 자유를 외쳤다는 점을, 호남은 영남사람들이 조국근대화에 바친 역할을 서로 긍적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영남권 후보론에 대한 개인적 입장은 무언가. '영남적자'를 내세우는 노무현 해양수산장관을 어떻게 생각하나.

▲영남권 후보가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노무현 장관도 마찬가지다.

-대표취임 후 한나라당이 극렬히 반대한 이유가 대표의 출신지역이 영남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정치를 잘해서 국민지지를 받아야지 나를 공격해서 반사이익을 취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지역주의는 선진국에도 있다. 다만 능력도 없는데 같은 지역 출신이라고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밀어주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지역민들이 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초·재선 의원들의 발언권이 강해지면서 중진들의 반발과 계파별 갈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실상은 다르다. 지금 여당내 갈등은 없다.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이 힘을 합친 민주당이기에 다양한 견해는 당연하다. 당의 단결을 확신하고 있다.

-김 대표에 대해 '해바라기 정치인'이라는 비난이 있다.

▲정치를 언제 했느냐보다 어떤 내용을 갖고 (정치를)하느냐가 중요하다. 5,6공 시절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고 폄하한다면 인정할 수 없다. '해바라기'라는 표현은 더 어처구니 없다. 국민회의 입당도 정권교체가 불확실하던, 대선 전에 했다. 경북 출신으로 국민회의에 입당하는데 대한 비난이 많았다는 것은 잘 알지 않느냐. -가까이서 본 대통령을 평가해달라.

▲지혜롭고 박식한 분이다. 또 합리적이면서도 정이 많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 너무도 달라 많이 놀랐다.

-지난 연말 민주당의원 3인의 자민련 입당이 대야관계의 경색을 몰고왔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들 의원의 자민련행은 정국안정을 위한 살신성인의 자세로 받아들이고 싶다.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예결위 활동을 통해 야당의 발목잡기에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들의 입당이 후속 정계개편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사실 공조가 안돼 국정차질이 빚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어려운 경제현실 역시 공조가 안돼 빚어진 측면도 많다. 지금은 경제를 살려야 할 때다. 정부여당이 힘을 갖고 정책을 책임있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누차 얘기했듯이 야당을 존중하는 자세는 전보다 더욱 확실하게 될 것이다. DJP공조가 복원된 만큼 정계개편의 필요성은 없어졌다.

정리: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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