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퇴 약사들 동네약국 'U턴'

김모(43·여·대구) 약사는 지난 8월 남편이 하는 의원 옆에 약국을 열었다. 약국 일을 그만둔지 10여년 만에 장롱 속에 묵혀뒀던 면허증을 끄집어 낸 것. 의약분업으로 줄어들 남편의 의원 수입을 약국 운영으로 만회해 보겠다는 생각도 있었다이름하여 'U턴 약사'. 은퇴 약사들이 의약분업을 계기로 다시 약국을 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로인해 2년 전의 1천100여개를 정점으로 줄기 시작했던 대구시내 약국 숫자가 의약분업 이후엔 되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980여개로까지 떨어졌던 것이 현재는 1천20여개로 만회세에 들어간 것.

또 숫자로 나타난 것 외에, 의약분업으로 약국 통폐합이 잇따르고 약대생들의 국시 거부로 9월 이후 대구에선 약사가 겨우 40여명 밖에 배출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기존 약국들의 주인이 'U턴 약사'로 바뀐 경우 역시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약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시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친인척 병의원 부근에 약국을 연 약사들은 동료 약사들로부터 의·약 담합 의혹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대형병원 주변 약국 집중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8월 이후 병원 문전으로 옮긴 동네약국은 230여 곳. 보건과 전태복 약무계장은 "의약분업 이후 대구시내에 새로 등장한 약국은 270여 개이지만, 그 중 85% 이상이 문전으로 이전한 동네약국이다"고 했다.

또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은 대구시내 약국의 의료보험금 청구 건수가 폭증했다고 발표했다. 10월엔 180만여 건이었으나 11월엔 318만여 건으로 76%나 증가했다는 것. 이를 월 25일 근무 기준으로 보면, 약국당 1일 평균 처방전 접수 건수는 83건, 약제비는 133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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