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에 임하는 청와대의 자세는 수세적이다.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이적으로 여론이 극도록 악화된데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이 문제의 정당성을 뒷바침할 논리도 궁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의제의 폭을 가능한한 확대하고 의원 이적파문을 포함, 여야간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설명하는 동시에 회담을 경제 재도약과 국민대화합을 위한 초당적 협력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회창 총재에게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경제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안정과 국민대화합, 여야간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당리당략을 떠나 대국적 차원에서 나라문제에 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이를 위해 공직 인사나 검찰·경찰의 중립성 확보 등 국정쇄신에 대한 이 총재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향후 개각에서 야당이 추천한 인사의 기용 문제를 포함, 한나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실질적 조치들에 대한 조언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 회담에서 가장 첨예한 의견대립이 빚어질 것으로 보이는 의원 이적문제에 대해서는 정국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이해를 구했을 것이라는게 청와대 참모진의 이야기다.
그동안 여소야대로 인해 각종 개혁입법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는 등 국정파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올 한해도 정쟁으로 허비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아울러 의원 이적이 야당이 우려하고 있는 정계개편의 사전 포석은 아니며 야당이 국정운영에 적극 협력할 경우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영수회담에서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입당 사태와 안기부 예산의 구여권 선거자금 유입 수사 등 정치권의 쟁점 현안들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한나라당은 회담 준비 과정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국 전반에 대한 개혁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회담에서 우선 의원 이적사태의 부당성을 따지면서 김 대통령의 사과와 이들의 원상 회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철현 대변인은 "의원 이적이 민주주의와 의회주의를 파괴하고 선거를 무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지를 지적한 뒤 김 대통령의 답변을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권의 인위적인 정계개편 의도와 개헌론 등도 거론, 김 대통령에게 특히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줄 것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언론에 거론됐던 안기부 총선 지원 자금 건이 영수회담을 목전에 두고 또 다시 불거진 배경 등을 따지면서 의원 이적 파문을 덮기위한 '물타기'란 점을 부각시킨 뒤 한나라당 연루 의혹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어줄 것으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변인이 회담 전 "야당 흠집내기이며 정치권에 불신을 불러오고 야당 분열을 획책, 장기적으론 정계 개편을 기도하겠다는 저의"라고 비난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경제난과 관련, 이 총재는 민심이반의 실태와 정부·여당의 책임 의식 결여, 잇단 정책 실패 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집중 거론함으로써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이란 여권의 논리도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그러나 일관성있는 구조조정 추진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 제시에는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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