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 우라늄탄 방사능 공포

(브뤼셀.파리연합종합)광우병 파동으로 큰 혼란을 겪는 유럽이 이번엔 방사능 공포에 휘말리고 있다. 미국이 사용했던 열화 우라늄탄이 원인된 것으로 보이는 '발칸 신드롬'(본지 4일자 12면 '월드라이프'에 1보 보도)이 번져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리거나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걸프전 신드롬의 악몽을 되살리고 있기도 하다.

현지 보도들에 따르면 보스니아(1990년대 중반)와 유고 공습(1999년) 때 평화유지군과 민간 근무자로 활동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건강상 이상 징후가 나타나 일부는 암.백혈병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

프랑스 국방부는 1999년 나토의 유고 공습 때 발칸에 주둔했던 프랑스 병사 4명이 현재 백혈병으로 군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4일 발표했다. 국방장관은 이들 병사들이 공습 기간에 백혈병의 원인인 인체 위해물질에 노출됐는지 여부에 대해 검사받게 될 것이라면서, 나토가 9일 정치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주 이탈리아는 보스니아와 코소보 작전에 참가했던 군인들 중 30명이 백혈병 증세를 보였다면서, 당시 사용된 열화 우라늄탄이 백혈병 발병에 관련됐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 중 5명은 이미 백혈병으로 사망했으며 12명은 암으로까지 진행된 상태이다.

스페인은 1992년 이후 발칸에 주둔했던 3만2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주에 건강진단을 시작했으며, 포르투갈.핀란드.터키.그리스도 방사능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발칸 근무 평화유지군 병사들의 사망 사례가 늘어나자 이탈리아.EU집행위 등은 4일 나토에 정보 공개 및 진상 규명을 강도높게 요구하는 한편, 열화 우라늄탄 사용 중단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이탈리아 총리는 "발칸 신드롬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또 미국을 겨냥해 "동맹국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벨기에는 그동안 쉬쉬했던 '발칸 신드롬'을 공론화할 때가 됐다며 EU 회원국들에 특별회의를 제의했다. 나토의 주축국인 미국은 발칸신드롬과 열화 우라늄탄의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진상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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