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관광벨트 개발(3)

경북북부권

내륙속 오지로만 알려진 경북 북부권의 안동-영주-봉화-영양-청송. 하지만 지금은 수려한 경관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오히려 관광에는 참신한 무기가 되고 있다. 제대로만 개발하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훌륭한 유인책이 된다는 것이 관광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경북 북부지역은 다같이 단합을 해야 합니다. 혼자만 살겠다고 독자적인 행동을 하면 공멸할 뿐입니다. 그렇지만 힘을 합칠 경우 엄청난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안동시 하재인 관광과장의 말이다. 북부지역 관광1번지인 하회마을과 봉정사가 있는 안동과 올해 민속예술제가 개최되는 영주의 인삼축제, 봉화의 송이축제를 한꺼번에 묶어 벨트화 하면 세계의 어느 관광지 못지않은 훌륭한 관광상품이 된다는 것.

실례로 98년 한해 동안 1만3천명의 외국인이 찾은 하회마을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방문한 99년에는 2만1천명이, 작년에는 50%이상 증가한 3만4천명이 다녀갔다. 이에 비례, 영주 봉화 등지에도 평년의 200명 내지 300명 수준에서 지난해엔 800명 이상이 각각 방문, 큰 폭으로 늘어났다.

"북부지역은 우리나라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우리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유교문화 유산을 개발하는 것이 관광객을 유인하는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올해부터 국가 시책사업으로 추진되는 유교문화권 개발도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연계, 힘을 합쳐야 된다고 계명문화대 관광경영학과 서만순 교수는 강조한다.

안동과 영주 봉화 등지에 흩어져 있는 서원과 종택 등을 서로 연결시키고 시골장 등을 중간에 넣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면 경북 북부권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듬뿍 묻어있는 토종 관광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런 청사진 뒤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이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숙박문제. 안동은 인구가 18만명이나 되는 도시지만 호텔이 고작 한 곳에 불과하며, 여관도 130여개로 손님맞이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는 숙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동댐 부근 60만평에 숙박휴양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나 올해 용역사업을 거쳐 빨라야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당분간은 숙박이 큰 고민거리. 시는 대안으로 임하댐 주변의 깨끗한 모텔을 관광객들에게 적극 권하고 있다.

다음은 교통문제. 현재 경북 북부권에 오는 방법은 항공이나 철도, 육로 등 세가지. 이 중 가장 빠르게 손님들을 수송할 수 있는 항공편이 부족하다. 현재 예천공항을 이륙하는 비행기는 하루 두번. 손님들이 크게 몰리는 축제기간 중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교통전문가들은 행사기간중에는 증편을 하고, 전세기 요건도 완화시켜 적극적으로 띄워주기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지자체의 이기주의. 현재 지자체들은 함께 맞춰 행사하기를 노골적으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함께 행사를 할 경우 관광객이 더 몰리는 시너지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자치단체 개별적으로는 그만큼 빛을 잃게 돼 자치단체장들이 꺼리는 것.

안동시 하재인 관광과장은 "북부권을 개발하는데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지만 독특한 장점들을 한데 묶으면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유명 상품이 나올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권

수천년의 역사속에 인구 250만명인 거대도시 대구. 흔히 사람들은 대구에 관광자원이 없다고들 말한다.

"대구 시민들은 너무 겸손해 외지인들에게 대구자랑을 안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실 대구에도 관광 상품이 얼마든지 있고, 인근의 경주나 청도, 합천 등과 연계하면 좋은 테마상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최재덕 대구시 관광기획계장은 "왜 대구에 관광자원이 없느냐"며 톤을 높인다. "오래된 문화재를 보는 것만 관광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북적대며 사는 현장, 그것이 바로 관광상품입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거리가 될 약령시와 팔공산 갓바위 등 명소가 있고 들안길의 먹자골목, 검단동 종합유통단지, 월드컵경기장 등 관광거리가 즐비하다는 것. 다만 이러한 명소들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상품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또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구도 단독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보다는 인근의 도시와 연계하고, 관광객의 선호도를 기준으로 상품을 구분하여 판매하는 보다 과학적인 세일즈 기법이 필요한 때라고 관광학자들은 지적한다.

일본인 대상으로는 가창의 녹동서원과 남평문씨 세거지, 청도의 소싸움 등을 연계한 상품을 내놓고, 중국인에게는 정서적인 분위기가 비슷한 향교와 쇼핑몰을 연계한 상품으로 유인한다는 것. 또 대구의 불로동 고분과 경주의 고분군, 고령의 고분군 등을 비교 방문하는 상품도 기획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상품이 될 수 있다."요즘은 관광객이 한 도시만을 보고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향이 비슷하거나 아니면 반대되는 인근의 도시와 연결상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것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청도의 소싸움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도 많이 알려져 해마다 외국인 관광객수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에서 청도를 가기 위해서는 대구를 거쳐야 하기때문에 연결상품개발이 그야말로 중요하다고 관광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전 일본총리가 해인사를 방문한 이후 일본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난 데 비추어 도단위 경계를 넘어 대구-해인사 등의 연계관광에도 큰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지역간 연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

대구권에도 문제점은 있다. 가장 시급한 게 숙박문제. 대구에는 26개 관광호텔에 1천600여개의 객실이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관광객이 몰릴 경우 크게 부족한 실정. 당장 올해 치러지는 JCI 아시아·태평양대회나 내년에 치를 월드컵, 2003년의 유니버시아드대회 등을 치르기에는 크게 부족한 실정. 시는 인근의 경주, 구미 등과 연계, 관광객을 분산시킨다는 계획이나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줄 게 뻔한 사실이다.

다음으로 전문가들은 무뚝뚝한 시민정신을 꼽는다. "'하이, 스미마생' 하며 친절하게 대하는 일본인들을 보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우리도 이러한 친절을 어릴때부터 교육시켜야 국제적인 관광 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습니다". 두발로여행사의 조성래 실장은 시민들 하나하나의 친절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음식점의 외국어 구사능력 부재도 손꼽았다. 대구의 명물로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들안길의 경우만 해도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점원이 아주 극소수라는 것. 그는 하루 아침에 관광 도시가 되는 것이 아닌만큼 우리 스스로 도시를 가꾸고 보호한다면 대구와 인근의 도시가 훌륭한 관광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훈기자 ch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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