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실망만 준 대통령 연두회견

국정 쇄신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김대중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속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정치안정책도 경제해결책도 낙관적인 전망만 나왔지 구체적인 대책은 없었다. 게다가 김 대통령이 내놓은 국정운영 방향은 한마디로 정도(正道)와 법치(法治)로 요약되는 강성(强性)정치여서 앞으로의 정국이 더욱 험난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강성정치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실인식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기에 그렇다. 가령 김 대통령이 보는 현재의 경제악화와 사회혼란의 원인이 정치불안에 있고 언론의 영향도 상당히 있다는 인식인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요인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정책의 실패와 수행의 차질이 더 큰 요인인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현실인식에서 강성정치를 한다면 그 부작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강성정치는 위기에서 효과적인 수단인 것만은 사실이다. 영국의 대처총리는 합의의 정치보다 신념의 정치를 선택함으로써 노조문제를 해결, 빈사의 영국경제를 살려냈다. 그런데 김 대통령은 야당에까지 강성정치를 시도한다면 독선과 독주가 우려됨은 물론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가능성만 높아질 것이다. 더욱이 우려하는 것은 야당에게 협력만 강조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는 아직도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며 야당은 비판보다는 협력이나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정치발전이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개혁문제도 그렇다. "국민과 일반 언론인 사이에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언론계.학계.시민단체.국회가 합심,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개혁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협력과 비판중에 어느 방향으로 개혁을 하느냐에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여론을 두려워하는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그래서 비판이 보다 자유로운 쪽으로 개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여당내 비판도 없어지고 올바른 여론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언론이란 비판을 통해 국가와 민족에 공헌하고 있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일부 시민단체나 언론계의 주장처럼 정부에 협력만하는 언론이란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볼 수 없고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이 아닌가. 물론 대통령의 지적처럼 언론자유가 보장된 만큼 공정보도와 책임있는 비판을 해야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번 회견에서 대통령은 적어도 경제악화와 영수회담 결렬에 대해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 약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회견을 본 국민의 평가는 아집과 독선을 재확인 했다는 요지의 야당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공감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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