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소년 컴퓨터 기술교육 인기

학교는 가기 싫어도 여기만은 빼먹을 수 없는 곳, 책을 펴면 잠이 쏟아져도 여기서는 잠시도 졸립지 않은 곳. 그런 곳이 한 군데라도 있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를 찾을 수 있다면, 거기에다 장래를 생각하며 실력을 쌓을 수 있다면 학생들에겐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대구시 남구 대명7동 계명대 동서문화관 1층에도 그런 곳이 있고 그같은 즐거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었다. 정보통신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소프트웨어 기술교육장.

지난 10일 쌀쌀한 날씨에도 학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오전9시~오후1시, 오후1시~5시, 오후5시~9시 3개 반이 맞물리며 돌아가는 가운데 하루 종일 70여명의 학생들이 엇갈렸지만 배움의 열기는 좀체 식지 않았다.

99년 12월. 이곳에서 정부의 저소득층 소프트웨어 교육 지원사업이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참가 학생들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사회복지시설에 있거나 실업계 고교에 다니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부분. 보육원이나 학교 교사에게 등을 떠밀려 교육내용도 잘 모르고 왔기 때문이었다. 수강료가 무료인데다 교재까지 거저 주는 걸 더 씁쓸해했다.

그로부터 꼭 1년이 지난 지금, 교육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대구지역 사회복지시설과 실업계 고교들이 한명이라도 더 받아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쿼터를 정해 참가자를 배정할 정도.

교육과정과 강의를 들여다보니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교육과정은 윈도, 워드, 인터넷 접속 등 기초적인 컴퓨터 활용에서 출발해 개인 홈페이지 제작활용과정과 컴퓨터 그래픽 활용과정으로 연결된다. 이후 웹프로그래밍, 웹마스터 과정 등 인터넷 관련분야와 멀티미디어 관련분야로 나눠진다. 전체적으로 6개월이 걸리는 짧지 않은 과정이지만 수료하고 나면 상당한 실력자로 거듭날 수 있다.

강사진은 현직에서 컴퓨터나 인터넷, 멀티미디어 분야 업무를 실제 로 하고 있는 실무자들로 구성돼 철저하게 실기 위주로 운영된다. 한 가지 기술을 배울 때마다 반드시 한 개의 작품을 실제 만들어보는 방식이 많다.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대로, 책에 나오는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산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자유로운 분위기도 학생들에겐 오히려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촉매가 된다. 교육원에서 제시하는 기본적인 원칙만 지키면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고, 강의가 끝난 후에는 컴퓨터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공부하라고 억지로 시키지 않으니 더 열심히 하는 식이다.

보육원생들은 특히 열심이었다는게 교육원 관계자의 귀띔. 학교만 가면 책상에 엎드려 자던 한 실업계고 보육원생도 교육장에만 앉으면 눈을 빛냈다. 취업을 위해 돈을 들여 학원을 보내줘도 잘 가지않던 학생들이 무료 교육장만은 결코 빼먹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8월 교육생 전체를 대상으로 마련한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보육원생인 이규채(애활원), 이한일(대성보육원)군이 그래픽과 홈페이지 분야에서 1등을 했다. 이들은 난생 처음 대구시장상을 받았고 최신형 컴퓨터 1대도 부상으로 받았다. 이군은 곧바로 벤처업체에 취업했다.

이렇게 1년 동안 교육받은 보육원생은 줄잡아 70~80명. 이들을 승용차에 태워다니던 보육원 교사도 교육내용에 흠뻑 빠져 청강생으로 수료하기도 했다.

실업계고 학생들의 열기도 만만찮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발전시키는 학생, 여기서 배운 기술로 학교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학생, 아예 교육장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등 각양각색이지만 너나없이 열심이다. 지난해 1월 4주 과정을 마친 한 실업계고 3학년생은 1년만인 이달에 재수 끝에 특차에 합격했다며 더 배우고 싶다고 간청해 교육과정에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청소년 소프트웨어 기술교육장은 현재 전국에 여덟곳. 교육장에 대한 호응이 급속도로 번지다 보니, 신규 교육장 유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로비까지 벌이는 사태에 이르렀다. 경북의 경우 구미시와 포항시가 접전을 벌인 끝에 구미시로 결정돼 오는 3월부터 연1천200명 목표로 교육이 시작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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