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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와 삶-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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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를 소개해야 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필자는 거의 주저하지 않고 영국 왕립지리학회의 첫 여성회원이었던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가 쓴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을 손꼽는다.

그 이유는 물론 이 책이 사료로서 지닌 가치 때문이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쓰여진지는 이미 100년이 넘었으나 오늘날의 우리 정치 현실과 사회 상황에 비추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사의 격동기라 할 1894년부터 1897년까지 네 차례, 도합 11개월에 걸쳐 한국과 그 인접국들을 답사한 내용을 토대로 쓰여진 일종의 체험적 보고서이다. 고종과 민비 등 지배 계층을 비롯하여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삶을 직접 접촉하고 관찰한 바를 기록한 것이므로 생생한 현장감과 사실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여기에는 당시의 풍습이나 관습, 삶의 구체적인 모습이 그려져 있으므로 이 방면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책에서 특별히 눈여겨볼 대목은 한민족의 장래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일대 전환하는 장면이다.

비숍여사가 부산, 인천을 거쳐 서울로 입성하였을 때 가졌던 첫 인상은 더럽고 나태하며 부패하여 세계에서 가장 열등하며 미래에 대한 전망이 전혀 없는 민족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금강산 등 곳곳의 빼어난 절경을 구경하고 그 속에 살아가던 사람들을 접촉하면서 그런 인식은 점차 바뀌어져 갔다. 특히 인근의 몇몇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거기에 이주하여 부유하게 살던 한민족의 성실성과 근면함을 직접 접하고는 앞으로 길이 번영할 민족이라는 처음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인식을 갖게 된다. 당시 국내의 민중들이 의욕없는 비참한 삶을 영위한 이유를 그 자신이 흡혈귀로 묘사한 정치 관료들의 무한정한 착취와 부정부패 때문이라고 단정하면서 결국 한민족은 올바른 지도자를 만나게 되면 엄청나게 발전할 저력을 지닌 민족이라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가장 번창하였던 빅토리아 시기에 산 저자가 지닌 인식으로 말기의 조선사회를 파악하였기에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겠지만 당시 우리의 민족적 현실과 민중적 삶에 내재한 본질적인 모순 구조를 간파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보아도 유효한 지적이라 느껴져 감히 필독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라 판단하는 바이다.

주보돈(경북대 사학과 교수.경북대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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