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들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것은 술 마신 다음 날의 고통이다. 두통, 설사, 식욕부진, 컨디션 저하, 피로감, 무력감, 구역질, 현기증, 후들거림… 이름하여 숙취.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숙취는 어느 정도 해로울까. 숙취를 없앨 방법은 없을까.
◇부족한 연구들
1965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발표된 알코올 해독에 관한 연구는 4천700여건. 그 가운데 숙취에 대한 연구는 108건 뿐이다. 이래서는 숙취에 대한 정확한 정의 조차 내리기 힘든 상황. 술깨는 약, 숙취 없애는 약 개발 같은 것은 꿈도 못꿀 단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 학자들이 숙취의 정체를 밝혀냈다. 다음은 미국 내과 학회지(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00, Vol 132 Num 11)에 실린 숙취에 관한 모든 것.
◇감기 바이러스와 같은 영향
감기에 걸리면 그 바이러스가 백혈구를 자극해 '사이토카인'이라 불리는 염증 물질을 혈류를 따라 온몸에 퍼지도록 만든다. 사이토카인은 온몸 곳곳에서 구토감, 두통, 설사, 근육통, 무력감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의 숙취 증상도 감기에 걸렸을 때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똑 같다. 이것은 술 제조 과정에서 생긴 알코올 이외의 불순물 때문이다. 이 불순물은 감기 바이러스와 꼭같은 작용을 한다. 그것이 숙취를 일으키는 것이다.염증물질을 촉진시키는데는 술이 간에서 분해될 때 생성되는 아세트 알데히드라는 물질도 큰 몫을 한다. 이 물질이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 백혈구를 자극, 염증 물질을 유리시켜 숙취를 일으키는 것이다.
◇왜 머리가 띵하고 힘이 빠질까
술 마시는 동안에는 이성적인 뇌세포의 활동이 억제된다. 그 결과 천하가 자기 것인 양 주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날 자제력을 공급하는 뇌세포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이성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의 뇌세포가 그 반작용으로 과잉 흥분하는 것. 때문에 숙취가 있을 때는 세밀하고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은 하지 못하게 된다.
또 숙취가 있으면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어진다.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한다. 이것은 당의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몸을 움직이는 근육세포, 자극에 반응하는 신경세포, 생각하고 명령을 내리는 뇌세포는 당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그런데도 이 당이라는 에너지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결국 두통, 무력감, 메스꺼움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알코올이 어떤 이유로 당의 대사를 방해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분 공급과 휴식만이 해결책
탈수도 이미 알려진 숙취의 한 요인이다. 알코올은 오줌을 참게하는 호르몬을 마비시켜 버린다. 그 결과 혈액 중에 있던 물이 계속 오줌으로 빠져나가 탈수상태가 된다.
물론 탈수상태가 감지되면 항이뇨 호르몬이 분비된다. 과학자들은 이 호르몬 분비량이 많을수록 숙취 강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숙취를 치료할 방법은 없다. 충분히 휴식하고, 탈수증상을 개선키 위해 물을 마시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숙취에는 예방만이 상책이다. 일찍 술자리를 파하고, 물을 마신 다음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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