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마음의 불황

대구.경북 신용불량자 30만명(전국 238만명).2000년 지역 '마이너스통장' 대출 3천817억원(98년 2천49억원).

인구 대비 전국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이 가공할 적색수치는 지역경제의 실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구시민 가운데 적어도 10명중 2, 3명이 빚을 얻어 가계를 꾸려 나갔으며 이중 절반가량은 진 빚을 제 때 갚지 못해 불명예스럽게도 신용거래 요주의 대상으로 등재됐다는 추정으로 이어진다.

대구 변신의 원년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을 만난 대구시민들. 올 설차례상도 여간 듬성하지 않을 듯 싶어 안타깝다.

그렇다면 유독 대구만이 이렇게 황량한가.

최근 열린 한 경제관련 세미나에 전국에서 참석한 경제인들이 각기 자기지역 경기를 짤막하게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광주에서 온 한 경제단체장은 '실세가 다 뭐여. 우리가 진짜 빛좋은 개살구여'라고 말해 좌중을 한바탕 웃겼다.

또 서울의 한 참석자는 'IMF이후 몇 달 반짝하는 것 같더니 이내 한밤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대구의 한 경제인은 '말도 말어'라고 짧은 한마디만 흘렸다. 이 세미나의 중론은 현 경제정책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격이며 경제각료들의 인적구조나 정치인들의 안목으로 볼 때 쉽사리 처방전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데 모아졌다.

현 정치권의 모습을 보노라면 팔도싸움소가 한자리에 모인 투우장 같다는 인상을 떨칠 수가 없다. 경제위기 극복이 지상 최대과제라며 자신들의 몫인양 호언할 땐 언제고 해가 바뀌기가 무섭게 끝간데 모를 싸움질만 계속하는 것이 투우장꼴과 다를 바 없다. 국민들이야 굶든 벗든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식이다.

돈 모이는 도시 만들자

이런 와중에 정부가 전국에서 쇄도하는 지역경제 실정 비난에 마지 못해 내놓은 지역 신도시 개발 계획마저 악수를 둬 정부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구시에 내려진 달성지역 신도시개발 계획만 보더라도 과거 대구시가 타당성이 없어 버린 폐기안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공직자들조차 대정부 비난을 주저없이 늘어놓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역경제 회생을 정부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최근 지역 관계를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지역민들 힘으로 살리자는 바람직한 운동이 일고 있다.

우선 대구시가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초 발표한 '대구를 기업과 사람, 돈이 모이는 도시로 만들기'운동에 즈음 올해를 대구변신 원년으로 선포한 것은 과거 되풀이해 온 연두공약과는 달리 획기적인 발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제인, 시민의식전환 필요

이 가운데 대기업 유치를 위해 대구시가 제시한 각종 대안도 기업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삼성상용차 퇴출이후 얼마동안 껄끄러운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삼성측에 지역민들의 애증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혀 향후 대구시-삼성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어떻게든 상의와의 관계도 재정립할 확고한 복안이 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지금 대구시의 연두 경제회생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경제인들과 시민들의 의식전환이 수반된다면 괄목할 성과를 거둘 여지는 충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 경제위기의 가장 큰 암초는 실상보다 훨씬 더 위축된 기업인.시민들의 심리적 요인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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