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5일부터 20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 상하이(上海)를 4일간이나 둘러 봐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도입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상하이 푸둥(浦東)지구의 첨단산업시설들을 매우 관심있게 살펴보는 동시에 발전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천지개벽'했다고 극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개방.개혁을 배워보기 위한 이번 시찰에서 김 위원장이 큰 감명을 받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국 외교부 주방짜오(朱邦造) 대변인이 20일 밤 베이징(北京)주재 외국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식을 참고해 개혁.개방을 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특히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상하이의 눈부신 발전모습을 보고 중국 공산당과 인민의 선택이 옳았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중국식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지난 17일 북한이 '제2의 중국'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으며,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사회주의 국가의 아시아적 모델, 즉 중국 및 베트남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것을 강력히 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럴 경우 북한은 김 위원장의 상하이 시찰을 토대로 빠른 시일내 내부적인 결정을 거쳐 개혁.개방에 대한 정책을 표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정책표명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그렇지만 북한내 경제특구의 추가지정이나 정보기술(IT)산업의 육성방안, 또는 외자도입을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은 '자립적 민족경제노선'만을 고집하던 태도에서 탈피해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재건으로 큰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80년대들어 내자동원에 의한 경제개발이 한계에 직면하자 대외무역 및 경제협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84년 9월 '합영법'이 제정됐고 90년대들어 동구사회주의권의 연이은 붕괴로 주요 경제협력기반을 상실하게 되자 91년 12월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 개발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외자유치에 적극 나섰다.
그렇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북한 내부 경제가 계획경제 논리로 일관하고 있어 외부경제의 시장경제 논리가 전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방권 등의 자금이 북한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고 북한시장에도 별흥미를 느끼지 못해 경제개혁이 겉도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경제개혁.개방을 제대로 하기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시장경제 논리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현재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이 모든 면에서 앞서 나가고 있고 관료들은 그의 뒤를 따르는 형국을 하고 있다. 당.정 관료들이 김 위원장의 '진취적 사고'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핵심 간부들을 대동하고 상하이 첨단산업시설을 둘러 봄으로써 그들에 대해 '사상적 각성'을 촉구했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갖는다.
어쨌든 이제 김 위원장은 개혁.개방정책으로 경제재건을 해보자는 의지가 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변화가 정책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형태의 절차가 필수적이다. 김 위원장 명의의 담화나 논문이 발표되거나 또는 당중앙위 결정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한편 북한에 있어 개혁은 경제재건이 관건인 만큼 국가경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체제개혁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내부적 발전전략을 수정하느냐 하는 문제"라면서 "결국 김 위원장이 중국을 둘러보고 법적, 제도적 시장경제 논리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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