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은행들이 지난 2년간의 정부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위기에 빠져들 것이란 관측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증시가 침체에 빠지고 이것이 은행 보유주식에 결정타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은행들도 나름대로 위기타개 노력을 보여오기는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수·합병이다. 그간의 활발한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세계 5위 은행 중 4개가 일본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BNP 파리바스의 금융분석가 오다기리 나오토는 "은행간에 차가 있기는 하나 일부가 여전히 최악의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3월로 회계연도가 마감되는 상황에서 증시가 계속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 때문에 은행들이 확보하고 있는 주식들의 미실현 수익이 대부분 공중으로 날아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은행 보유 부실채권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얘기. 오다기리는 "현 상태로는 미실현 수익이 제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도 지난 19일 이례적으로 "금융계 위기 재발 우려가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일본은행은 얼마 전 통화정책 이사회에서 기본 금리를 연율 0.25%로 유지키로 한 바 있다.
하야미 총재는 "금융시장이 제기능을 발휘하고 안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동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만한 여지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는 이례적 얘기로, 금융 전문가들은 그린스펀의 비슷한 언급을 떠올렸다. 1998년 9월 뉴욕 금융시장을 강타한 헤지펀드(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사)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린스펀 FRB(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이례적으로 팔을 걷고 나섰었다. 하야미의 발언은 집권 자민당이 지난주 증시 부양 및 은행 간접 지원책을 모색하기 위한 특위를 구성한 것과 때를 같이해 나왔다.
하야미의 발언은 기업들이 회계연도 마감을 앞두고 자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교차보유 주식을 속속 처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통상적인 일이기는 하나 올해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오는 4월1일부터 기업에 적용되는 회계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보유주식을 장부가로 정산했지만, 앞으로는 시가기준이 적용된다. 따라서 기업들이 초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ING 베어링스의 금융시장 수석분석가 제임스 피오릴로는 "본격적인 금융 위기가 도래하지는 않더라도 기업도산이 증가하고 은행 자산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회계 기준이 강화되기 때문에 금융계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따라서 "주식 보유가 과다한 금융기관에 대해 이를 줄이도록 권고하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금융청의 스미사와 히토시 위기관리 부국장은 "금융계에 또다시 위기가 몰아칠 경우 공적자금 재투입 방안을 정부 지도부가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15개 주요 은행들에 75조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또다시 국민의 세금이 금융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여론이 용납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은행권은 그래도 낫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험업계는 더 심각하다는 것. 모건 스탠리의 제임스 말컴 연구원은 "생명보험 업계가 특히 심각하다"면서,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곧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두 개 생명보험사가 도산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보험회사와 은행간 주식 교차보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은행권의 부실이 가뜩이나 심각한 보험 쪽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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