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 전통예절

설 같은 명절은 오랜만에 일가 친척이 함께 하는 날. 예의를 갖추지 못해 서로 난처하고 불편해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흔히 가까운 사이에는 예절을 다소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럴수록 예절을 중시하는 것이 우리 전통 풍습이다.

(사)예절원 채일선 원장으로부터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설 예절을 알아 보자.

◇세배와 덕담

어른께 세배할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손아래 사람은 말 없이 절만 하고 어른이 "올 한해 화목해라"는 등 덕담을 하는 것이 맞다. 아랫 사람은 그 뒤에야 "예,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이다.

인사말을 할 때도 "건강하십시오" 등등 명령조로 할 게 아니라,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는 식으로 예를 갖춰야 한다.

가족이 모두 모여 웃어른께 세배할 때는, 맏아들 내외, 둘째, 셋째 순으로 절한다. 손자손녀는 부모와 같이 세배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따로 한다. 형제자매간 설 인사는 형제·사위 가릴 것 없이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에 마주 서서 한꺼번에 하는 게 좋다.

◇부름말

현대 가정생활에서 가족간 부름말 중 가장 문제되는 것이 시동생과 시누이를 잘못 부르는 말이다. 아이가 '삼촌'이라고 부르니까 편해서 따라 부르는 측면도 있지만, 시동생은 미혼인 경우 '도련님', 기혼자엔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경상도지역 호칭으로 미혼인 경우 '디렴' '대렴', 기혼인 경우 '아즈벰'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조카는 장가 든 삼촌을 부를 때 '아저씨' '작은 아버지' '숙부' '아제' 등으로 부를 수 있다.

시누이를 '고모'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혼일 땐 '아가씨' '애기씨'라고 불러야 하고, 기혼일 때는 시매부(시누이의 남편)의 성을 따 부른다. 시누이의 나이가 적을 경우 '김서방네' '이서방네' 식으로, 나이가 많을 경우 '김서방댁' '이서방댁' 식으로 약간 높여 부른다.

입에 익숙지 않더라도 일단 한번만 불러보면 그 뒤로는 쉽게 부를 수 있다. ◇방문 예절과 만날 때 주의할 일

일가 친척이 아닌 집에 음력 정월 초하루에 세배를 가는 것은 결례이다. 은사나 이웃 어른께 하는 세배는 설이 지나고 5~10일 사이에 해도 예에 어긋나지 않는다. 세배 가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해 방문 약속을 하고, 식사시간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반가워던 만남이 좋잖게 변질될 수도 있으니 먼저 주의부터 하는 게 필요하다고 채일선 원장은 일깨웠다. 가족간에 묵은 감정이 있는 경우 설에 만나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칭찬의 말로 서로를 위해 주면 좋지 않겠느냐는 것. 특히 동서지간에는 부엌 일을 누가 더 많이 하느냐를 두고 감정이 상하기도 하지만, "형님, 명절마다 고생하시죠" "고맙다. 오느라고 수고했다" 하며 서로 적은 인사말이라도 나눠 보라고 권했다.

또 윷놀이 등 가족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잘 기획해 보는 것도 만남을 더욱 뜻깊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김영수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