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드라마 촬영지 투어-문경새재.강원양양

겨울방학이 끝무렵이다. 여태 가족나들이를 하지 못했다면 방학이 끝나기 전에 이번 주말과 다음주 중으로 겨울추억 만들기에 나서보자. 가족끼리의 겨울산행이나 스키장출입은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다. 눈꽃축제가 한창인 유명산이나 인근의 겨울산행은 안전사고 우려가 커고 시끌벅적한 스키장도 위.아래 세대가 함께 어울리기에는 쉽게 내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드라마촬영지 투어를 활용해보자. KBS 대하드라마 왕건의 세트장이 들어선 문경새재와 가을동화 촬영지인 강원 양양을 찾으면 가족끼리 오순도순 역사속으로, 추억속으로 흠뻑 빠질 수 있다.

선조들의 체취와 고대역사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는 왕건세트장이나 동해안의 절경과 겨울정취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가을동화 촬영지를 보고와서 부모와 자녀가 여행일기를 나누면 가족간의 정도 새록새록 쌓일 듯.

▨문경새재 KBS 왕건세트장

왕건세트장은 문경새재 도립공원내 제 1관문안에 들어서 있다. 충북이나 경북 어느쪽으로 가더라도 안내판이 곳곳에 들어서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촬영장은 크게 4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궁예와 왕건의 활동무대인 고려궁, 견훤의 주무대인 백제궁, 서민과 고관들이 어우러져 사는 동네, 시장이 있는 저잣거리가 만들어져 있다. 세트장에 들어서면 한 눈에 민속촌을 연상케 한다. 한쪽은 기와를 얹은 명문가들의 집, 반대편에는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가가호호 색다르게 꾸민 호화로운 정원과 처마 밑의 붉은 등은 마치 홍등가나 사찰에 들어 온 느낌을 준다.

세트장이니 만큼 에피소드가 만발한다. 고향냄새가 물씬 풍기는 토담이지만 합판에다 무늬만 입힌 그야말로 세트이고 이층집도 실상 들어가면 속은 텅 비어 있다. 궁궐의 든든한 거대한 기둥도 플라스틱 제품이고 기왓장도 이음매가 없는 모형물이다. 이때문에 성곽과 돌다리도 혹시 가짜가 아닌가 두드려 보고 건너는 해프닝도 자주 벌어진다. 이런 세트장의 풍경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새로운 경험, 거의 매일 촬영스케줄이 잡혀있어 꿩먹고 알먹고의 여행이 될 수 있다. 드라마로만 보던 무기와 화려한 의상, 성문을 부술때 쓰던 통나무차, 성곽을 오를때 쓰던 사다리나무차 무기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왕건세트장을 둘러보고 새재를 넘으면서 가족끼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 가족간의 정도 돈독해진다. 문경새재 박물관(055-572-4000)도 둘러보고 새재길에 들어선 음식점에서 토속음식을 즐기며 여행을 마칠 수 있다.

▨강원양양 가을동화 촬영지

가을동화 촬영지는 강원 양양군 선양면 상운리 상운분교. 드라마는 종영됐지만 화면을 채색했던 촬영지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근 동해안의 절경과 다양한 볼거리를 함께 볼 수 있어 특히 연인들의 발길이 잦다. 동해바다에서 조금 떨어진 상해분교는 교실 7개짜리 시골학교였지만 지난 해 9월 폐쇄돼 지금은 공예가 정재남씨의 도자기 작업장(033-672-4054)으로 쓰이고 있다. 카페처럼 꾸미고 가을동화의 주제곡 로망스가 은은하게 흘러 차 한잔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타면 드라마속의 주인공이 따로 없다.

정씨로부터 잠시 도자기 수업을 받을 수도 있는데 도자기 제작체험을 하고 돌아가면 이것을 구워 집으로 배달도 해준다.

상운분교에서 빠져 나와 준서와 은서가 사랑을 속삭인 여운포리, 속초시 아바이마을, 대관령목장이 인근에 펼쳐져 당일로 이색적인 풍경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대관령목장은 출입이 통제되지만 대관령 상행 휴게소 뒤편의 충전목장은 출입이 가능하다. 6만여평에 200여마리의 양이 뛰놀고 있는 이 목장은 마치 알프스에 온 듯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인근 고성 바닷가로 발길을 옮기면 청호동 백사장이 나온다. 철지난 바닷가지만 두 연인의 슬픈 사랑을 흉내내며 분위기에 젖을 수 있다. 나래항공(053-422-9989)이 투어를 개설했고 민박도 가능(033-335-1966)하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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