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기업 부당내부거래 실태

계열사(자회사)를 도와주는 부당내부거래에 있어서 재벌과 공기업은 '오십보 백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발표한 5개 공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를 보면 이같은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정부가 2월말을 시한으로 해 추진중이 기업.금융.노동.공공 등 4대 부문의 개혁을 비웃듯이 공기업들은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자회사를 부당지원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적자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싼 이자로 사주거나 각종 업무를 수의계약으로 위탁하면서 인건비를 많이 주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방만한 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온 한국통신의 부당내부거래는 4대 그룹을 능가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자산총액 등 덩치는 크지만 감사원 감사, 해당 정부부처의 '통제'를 받는다는 이유로 30대 그룹에 비해 '우대'를 받아온 공기업에 대해 더욱 과감한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기업 부당내부거래 급증=공정위는 이번 5개 공기업에 대한 2차 조사에서 9천382억원의 부당내부거래를 적발해 39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지난 99년 8개 공기업에 대한 1차 조사에서 적발한 부당내부거래 금액 3천933억원의 2배가 넘는다. 또 과징금도 당시 52억원을 부과한 것에 비하면 8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한국통신의 경우 4대 재벌 못지않게 4천389억원의 부당내부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나 3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자회사에 인건비 등 과다지급= 가장 대표적인 부당지원 방법은 자회사에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위탁하면서 인건비를 과다 계상하는 것이다.

한국통신은 지난 98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공중전화에 공중전화 유지보수업무를 위탁하고 점검원 등의 월 인건비(기본급+수당+상여금)를 시중 단가보다 최고 134만4천원 많은 195만7천~309만2천원으로 계산해 총 3천783억800만원을 지급했다. 한국공중전화는 이에 따라 378억3천만원을 더 많이 받았다.

한국통신은 또 한국통신산업개발에 지난 97년 5월부터 11개 사옥의 관리를 맡기면서 같은 방법으로 346억9천만원을 더 지급했고 한국통신진흥에는 지난 98년부터 작년까지 케이블TV 전송망 유지보수를 위탁하면서 25억9천400만원의 수수료를 과다하게 줬다.

한국전력은 한전기공과 '99년도 원자력 발전소 경상정비 공사' 계약때 간접 노무비를 높게 계산해 90억500만원을 더 지급했다.

포항제철은 지난 98년 4~12월 포스에너지에 포항.광양제철소의 자가발전 및 산소설비 운영을 위탁하면서 계약서의 재료비 항목에 중유비를 이중으로 계산해 30억3천700만원을 과다 지급했다.

△회사채 저리매입 등 고전적 수법동원=부실 자회사가 발행한 회사채.CP의 저리매입, 콜자금 저리대여 등 민간기업의 고전적인 부당지원 수법을 공기업도 활용했다국민은행은 3년 연속 적자기업인 국민리스에 98년 2월부터 3개월간 3차례에 걸쳐 420억원의 콜자금을 정상금리 22.0~26.42%보다 낮은 17.5%로 빌려줘 2억2천600만원을 부당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은행은 또 98년 5월 국민리스가 발행한 무보증회사채(액면가 71억8천500만원)를 정상금리보다 6.64%포인트 낮은 12.86%의 수익률로 사들여 14억3천100만원을, 같은해 6월에는 융통어음(액면가 50억원)도 정상금리보다 7.11%포인트 낮은 12.39%의 할인율로 매입해 1억7천800만원을 각각 부당지원했다.

주택은행은 99년12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주은산업이 발행한 CP 2천95억원을 16차례에 걸쳐 정상금리 10.9~13.27%보다 낮은 7.8~9.5%의 금리로 사들여 4억9천500만원을 지원했다.

△공기업 내부거래 억제 모색= 공정위는 공기업의 부당내부거래를 제도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기획예산처에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를 공기업 경영평가 지표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정위 김범조(金範祚) 조사기획과장은 "기획예산처가 공기업 경영평가 항목에 내부거래 개선노력을 포함시켜 평가한다면 대규모 부당내부거래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수의계약을 통한 부당내부거래가 만연함에 따라 작년말 기획예산처와 협의해 공기업의 경영평가 항목중 '수의계약 및 채무보증관행 해소노력'의 가중치를 상향 조정했다.

공정위는 이와함께 포항제철과 같은 민영화된 대형 공기업을 30대 그룹에 지정, 관리하고 하반기에 공기업에 대한 3차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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