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이총재 칩거 계속민주당 김대표 기조변경

#한나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칩거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예산 선영과 수덕사 방문 이후 서울교외 한 별장 등에서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정국 구상에 돌입했던 이 총재는 당초 4-5일 걸릴 것으로 알려졌던 칩거를 27일에도 계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 권철현 대변인은 "이 총재가 더 숙고할 것 같다"며 "29일 열리는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찬회 때나 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 총재의 칩거가 길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설 연휴 때만해도 당 안팎에선 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3김 정치 청산이나 조건없는 국회 등원을 전격 선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등 이 총재의 '결단' 쪽에 무게를 실어왔다. 안기부 선거자금 국고환수 소송에 대해선 초강경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설 민심에서 드러났듯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 역시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총재가 지난 26일 당사에 출근하는 대신 서울 시내에서 지도위원과 부총재 및 주요 당직자들과 잇따라 오.만찬을 갖고 의견을 수렴한 것도 이같은 고민과 맥이 닿아 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중 한쪽에선 정권퇴진운동 등 전면전에 돌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반면 다른 쪽에선 일단 국회를 정상화시킨 뒤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자고 맞서는 등 강.온건론이 팽팽했으며 이 총재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총재가 이날 권 대변인을 통해 "모든 일을 정정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데서 정국 구상의 골격은 엿볼 수 있다. 권 대변인은 또한 "폭발적인 내용을 터뜨리거나 정국을 확 뒤집는 식의 발언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정치적 쟁점들에 대해선 정면 대응하되 국회를 정상화, 민생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이른바 '정쟁-민생 분리'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방안에도 '자민련 교섭단체 인정'이라는 걸림돌이 있다. 민주당의 의원꿔주기를 민의 배신으로 강력 비난해온 입장에서 이를 수용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민주당

민주당이 안기부 자금사건과 관련, 강경입장에서 '민생과 경제살리기'로 큰 기조를 바꾼다고 발표한 날인 26일 김중권 대표는 당 대표실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안기부 자금 사건 와중에 대야 강공 국면을 주도했던 입장에서 기조변화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김 대표는 우선 여당의 입장변화에 대해 "야당을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스탠스'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기부 자금 사건에 대한 원리원칙을 강조하다보니 어쩔수 없이 강경론자로 비쳤을 뿐 자신은 원래부터 야당을 대화의 파트너로 생각해 왔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여당이 꼬리를 내렸다"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영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김 대표는 "강삼재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을 두고 그런 말을 하는 모양인데 현실적으로 방안이 없었던 것 아니냐"며 "국회의장과 소속의원들이 외유중인데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즉 국회 의결정족수 때문에 강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야당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야당은 사정당국이 조사만 하면 '야당탄압이다' '몰살이다' 하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며 "그렇게 떳떳하다면 조사를 하라면서 치고 나가야 당당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내가 야당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말도 여러번 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국회정상화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대야 공식창구라고 할 수 있는 정균환 총무가 이미 사의를 표명해 놓고 있는 상황에서 "비공식 대화채널이라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 없다"고 말했다. 취임초부터 강력한 여당론을 강조해온 김 대표가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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