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구상공회의소 회장님께. 제번하옵고 요즘 온통 혼란스럽습니다. 경제위기가 거듭되다 보니 각 분야에서 반성과 개혁, 불만의 목소리가 한데 뒤엉켜 어수선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평범한 사람조차 가치관이 흔들릴 지경입니다. 특히 구조조정의 찬바람을 가장 먼저 맞은 업계는 기업의욕이 극도로 저하돼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정치 사회가 아무리 혼탁해도 실물경제는 멈춰서는 안됩니다. 위기를 기회로 -이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기업인은 물가에서 무작정 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당장 집으로 달려가 그물부터 짜야합니다. 지방이라고 나라의 큰 일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지금 당장 회장님이 짜야할 그물은 무엇이겠습니까. 두말할 나위 없이 '지역경제 활성화' 입니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온 모토이지만 회장님은 적어도 자리를 떠날때까지는 이 단어들과 싸워야 하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일 것입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하면 무슨 구름잡는 얘기같지만 어찌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보통 지역경제 활성화 요인으로 3가지를 내세웁니다. 주체적인 요인, 객체적인 요인, 제도적인 요인이 그것이지요.
주체적 요인이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을 말합니다. 즉 지역 인재양성, 창조력 배양, 진취적인 가치관과 의식구조 등 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역인재 양성은 지방대학의 황폐화가 보여주듯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지역의 창조력과 가치관은 어떻습니까. 산업구조개편 이나 고부가상품 개발은 정말 창의성이 요구되지만 수십년째 목청만 높였지 어느 것 하나 반듯하게 제자리 잡은 것이 없지요. 또 흔히 얘기하는 '경상도 뚝심'도 배알이 틀리면 지독한 '보수세력' 으로 돌변하는 곳이 이 지역이라 진취적인 기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의 주체적 요인은 썩 좋은 형편이 아님을 알수 있습니다.
◈지역 경제활성화
다음은 객체적 요인입니다. 이는 지역내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지역경제 구조의 질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객체적인 요인도 대구지역으로는 아주 불리합니다. 먼저 인구에 비해 경제 문화 사회적 부존자원이 넉넉하지 못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과 생산활동을 증대시켜야 하는데 한 때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섬유와 건설산업은 초토화됐으며 그 대체산업으로 추진했던 자동차산업은 제대로 입문도 해보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상태입니다. 지금 섬유테크노피아와 벤처산업, 유통단지 등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만 성패여부는 아주 먼 훗날의 얘깁니다.
◈효율적 개발 정책이 중요
마지막으로 제도적 요인이 있습니다. 이는 지역개발을 위한 관련 정책들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경제적 화합능력' 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는 앞서말한 주체적, 객체적 요인보다 훨씬 중요한 것입니다. 특히 제도적 요인이 뒤떨어지면 다른 요인이 아무리 좋아도 경제활동의 '탈 지역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경제학자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단기처방이 나왔습니다. 주체적, 객체적 요인 향상을 장기플랜으로 삼되 당장은 제도적인 요인을 향상하는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경제활동 탈지역화 현상 막아야
지역경제행정의 주체인 대구시와 지역실물경제의 주축인 대구상의는 마치 다른 배를 타고 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아니 상의 내부에서 조차도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지역민들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이제는 경제가 어렵다고 정책금융을 바라거나 무작정 중앙에 손을 내밀 수는 없습니다. 지역경제도 요즘은 신뢰와 화합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입니다.
물론 이런 사단(事端)이 모두 상의에서 출발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다독거려야 할 사람은 기업정신이 몸에 밴 회장님이 제격이 아닐까요. 어려운 때 일수록 회장님의 역할이 더욱 돋보일 것입니다. 아직 선임도 되지않은 미지의 회장님께 덕담대신 고언(苦言)을 드려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으나 그만큼 지역경제가 급박하기 때문이라 생각하시고 해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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