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롯데 협상 뒷얘기

문희갑 대구시장은 지난해 3월부터 롯데그룹을 대구에 유치하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 대구시는 대구지역에 골프장 건립 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구 50사단 부지에 호텔을 건립해줄 것을 비공식 라인을 통해 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롯데는 대구시의 구애작전에 미동도 하지 않던 상태. 부산에 세계최고 빌딩 건립계획을 세우고 있던 때여서 다른 지역에 대한 투자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 과거 동종업체들이 대구에 진출했다가 지역의 텃세에 눌려 철수하는 등 지역 보수성도 롯데의 대구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문희갑 시장이 과거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치면서 신격호 회장과의 남다른 인연을 바탕으로 직접 설득에 나섰다. 이와 병행해 여러 지인들을 동원, 롯데에 대한 총체적 로비에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급변해갔다.

대구의 지리적 특성 및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가진 신 회장이 해당부서에 검토를 지시했고 롯데건설 간부들과 인간적 신뢰관계가 두터운 현대 출신의 신동수씨가 정무부시장으로 영입되면서 큰 힘이 보태졌다.

실무핵심 창구 역할은 배광식 경제산업국장과 임성남 롯데건설 사장이 맡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헬기를 타고 대구지역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업 타당성을 분석했다.

결국 양측 인사들의 신뢰관계가 구축되면서 대구의 산업·문화적 인프라 구축이 다른 어느 도시보다 상대적인 우위에 있음을 롯데가 읽어냈다는 것이 대구시측의 설명이다. 또 대구시는 롯데의 풍부한 '유동성'을 확인하면서 서로 파트너 관계를 맺어도 손색이 없다고 판단하게 됐다는 것.

한편 롯데의 실무자들도 골프장 건설 예정부지와 구 50사단 부지, 호텔건립 부지 등을 꼼꼼히 살폈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는 언론 노출을 꺼려하는 신 회장의 스타일을 감안, 협상진행을 베일에 부치다가 회동 당일 문 시장의 상경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랴부랴 롯데와의 교섭경과를 설명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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