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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선 배구공도 '연인'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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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혼자 무인도에 간다면 뭘 가져갈 것인가.아마도 스위스제 칼이 가장 유용하게 쓰일 일이지만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로버트 저맥키스 감독)의 척(톰 행크스)은 스케이트 날로 칼, 도끼에 심지어 이빨 치료까지 한다.

'캐스트 어웨이'는 톰 행크스의, 톰 행크스를 위한 영화다. 특유의 서민풍 영웅상이 희망과 용기, 사랑을 잃지 않고 1천 500일간 무인도에서 버티는 '톰 행크스 표류기'로 태어난다.

손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란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소설이 문명과 자연에 대해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 영화는 사랑하는 이와 떨어진 한 나약한 인간의 내면에 비중을 두고 있다. 처절한 생존기를 코믹하고 경쾌하게 그린 것도 로버트 저맥키스 답다.

택배회사 매니저인 척 놀랜드(톰 행크스)는 전형적인 워커홀릭(일중독자). 크리스마스 선물도 차안에서 주고받을 정도. 결혼을 앞둔 캘리(헬렌 헌트)와 연휴를 즐길 여유도 없이 외국 출장 비행기에 오른다.

그러나 비행기는 항로를 벗어나 태풍 속 바다로 추락하고, 척 혼자 무인도에 닿게 된다. 곧 구조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가고, 비와 어둠, 무엇보다 고독을 이겨내야 하는 표류자의 생활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바다에서 건져낸 물건들은 모두 열대의 무인도와 동떨어진 물건들이다. 윌슨표 배구공과 스케이트, 레이스 달린 파티복, 비디오 테이프, 그리고 이혼 합의서 등 몇 가지 서류들.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것은 캘리의 사진이다.

시나리오 작가 윌리엄 브로일즈는 현실감 있는 표현을 위해 직접 무인도 체험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책에서와 달리 불 피우는 일도 얼마나 힘든지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로빈슨 크루소'의 프라이데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배구공. 마치 산 사람 대하듯 하다가 탈출 뗏목에서 떠내려가는 배구공을 보고 "윌슨, 미안해"라며 절규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구조된 후 다른 남자와 결혼한 캘리를 만나지만 그녀의 행복을 빌며 떠나는 설정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멜로 공식이다.

무엇보다 영화를 살리는 것은 톰 행크스다. 이 영화로 세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노리는 그는 제법 긴(러닝 타임 143분) 이 영화의 대부분 장면에 등장한다. 한 배우가 한 영화에서 이처럼 카메라 앞을 떠나지 않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볼이 푹 들어갈 정도로 체중을 줄인 톰 행크스의 열연이 놀랍다.

달큰한 결말이 아쉽지만 고독감을 이겨낸 한 현대인의 인간 승리 표류기로서 손색 없다.

김중기기자 filmt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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