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다시 짙은 전쟁의 먹구름이 끼고 있다. 평화협상이 진행되던 동안 다소 가라앉았던 팔레스타인간의 유혈분쟁이 이스라엘 총리 선거에서 샤론 리쿠드당 당수가 당선된 지난 7일 이후 불과 일주일 사이에 재발, 폭력과 살육전이 난무하면서 중동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스라엘군은 13일 아라파트 수반의 경호원을 헬기를 동원한 무차별 로켓공격으로 살해했다. 이 사건이 있은 지 하루도 안돼 이스라엘 한복판 텔아비브에서는 팔레스타인 운전기사가 이스라엘 군인과 시민을 향해 버스를 돌진시켜, 최소 8명이 죽고 21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그 후 이스라엘군은 봉쇄지역을 운행하던 팔레스타인 차량을 공격, 운전하던 해군 하사(25)가 피살됐다.
샤론 당선 이후 이스라엘측은 팔레스타인의 공격에 미사일·로켓·헬기 등을 동원, 강력한 보복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또 정책에서 두가지 큰 변화를 보여, 기존 협정 이외에 이제까지 팔레스타인과 벌여온 모든 평화협상은 효력 없음을 선언했다. 또 영구 평화협정 대신 잠정 협정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음으로써, 아랍권과 전쟁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불러 왔다.
반면 팔레스타인도 봉기(인티파다) 강화를 선언하고 "유대인 정착촌을 생지옥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을 굴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유혈투쟁뿐이라고 믿고 있다. 또 안보를 내걸고 집권한 샤론 치하의 이스라엘을 집중 공격함으로써 그의 안보공약을 실패시키고 그를 퇴진시켜야만 새로운 협상이 가능하다고 팔레스타인은 판단하고 있다. 온건 이집트 국방장관까지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며 샤론에 대한 반감을 노골화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아랍국가를 순방하며 샤론 등장에 대비해 아랍국가들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한동안 등을 돌렸던 시리아까지 찾아갈 예정이고, 14일엔 터키를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14일엔 중동 문제 개입도를 낮추려던 부시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양측을 비난하고 "적극 개입"을 천명했다.
◇버스 테러=이스라엘의 한 버스회사 소속 팔레스타인인 운전기사(35)는 14일 이스라엘 수도 남쪽 20㎞ 홀론 인근 교차로를 운행하던 중 정류장 쪽으로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돌진, 기다리고 있던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들을 덮쳐 군인 7명 등 최소 8명이 숨졌다.
현장에는 팔·다리가 절단된 시신이 담요에 쌓인 채 널려 있었고 사방엔 유혈이 낭자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버스는 사건 후 25㎞ 가량 달아나다가 이스라엘 경찰의 총격을 받고 트럭과 충돌한 뒤 멈췄고, 운전기사는 심한 총상을 입고 붙잡혔다. 운전기사는 5년 전부터 이스라엘 회사에 고용돼 가자지구∼텔아비브 사이를 운행하며 팔레스타인 근로자를 수송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이스라엘의 샤론·바라크 등은 "혐오스러운 범죄"라며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스라엘은 사건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완전히 봉쇄했다.그러나 팔레스타인 측은 "감정 폭발에 따른 개인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슬람 무장 저항단체 하마스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잇따를 것이라고 경고혔다.
외신종합=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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