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가 25일로 출범 3주년을 맞는다. 국가부도의 위기 속에서 탄생한 현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이란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이에 안주하면서 개혁의 속도를 늦춘 결과 경제난 재발과 함께 민심이반의 위기를 맞고 있다. 출범 3주년을 맞는 김대중 정부의 공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조망해 본다.
'준비된 대통령'에 의한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의 전반기 성적은 우수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란 통치철학 아래 외자유치와 금융.기업.공공.노동 등 4대 구조개혁을 추진한 결과 약속대로 국민의 정부 출범 1년6개월만에 외환위기를 극복, 각국의 경제전문가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빨리 IMF체제에서 벗어났다"는 찬사를 받았다.
또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1세기의 새로운 경제성장의 엔진'이란 지식.정보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해 적어도 이 분야에서만은 일본을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어내는 등 우리나라를 지식정보 강국으로 발돋움시켰다.
지식.정보산업 日 능가
남북관계나 외교 부문의 성과도 눈부시다. 지난해 6월 역사적인 평양방문과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분단 이후 고착화된 반목과 대립의 구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시킬 가능성을 열었고 그 결과로 김대중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도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대북 포용정책은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과 함께 EU(유럽연합) 등 세계 각국의 지지를 얻으면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주도원칙을 재확인시켜 한국을 국제 외교무대의 주역으로 등장시켰다.
그러나 임기 3년째인 지난해 국민의 정부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현 정부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옷로비사건에 이어 한빛은행 불법대출 외압의혹 등 권력형 비리로 의심되는 각종 금융비리가 터지면서 현 집권세력의 도덕성이 의심받기 시작했다.빈부차 심화 중산층 붕괴
또 새로운 경제패러다임 구축이란 구호가 무색하게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했다. 192조원(작년말 현재)이란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나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기업개혁의 경우 대우그룹 해체 등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 포드사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 등 추진과정의 미숙함과 안이한 뒷처리로 인해 대우사태는 여전히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시장경제 논리의 회복으로 우리경제가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됐고 증시폭락으로 중산층이 붕괴될 위험에 놓이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같은 대내적 경제환경 악화에다 지난해 하반기에 들면서 유가 급등 등 대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는 제2의 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곤두박질 쳤다. 올들어서도 경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재정의 조기 집행을 통해 경기조절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는 "일관성있는 구조개혁"이란 전문가들의 주문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국민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여기에다 박금성 전 서울경찰청장의 전격 사퇴로 대표되는 인사파행과 이로 인해 지역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으며 지난해말 국회의원 임대를 전격 단행, 야당의 격렬한 저항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과 DJP공조가 복원됨으로써 김 대통령이 밝힌대로 강력한 정부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상생의 정치"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정국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또 국가보안법, 반부패기본법, 인권위원회법 등 개혁법안의 제.개정작업은 자민련과의 노선차이로 답보상태이며 지역감정 극복과 돈 안드는 정치.선거를 위한 정치개혁의 핵심 사항들은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다.
상생정치 뒷전 野 저항 초래
남북관계의 순항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을 "단계적 접근, 조건부적이며 철저한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북한은 "(핵개발 중지와 미국의 경수로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제네바 합의와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약속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밝히는 등 긴장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같은 미.북간 마찰이 심화될 경우 김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종합해 볼 때 김대중 정부는 지금까지 한 일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이제부터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김 대통령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각종 국내외적 행사가 몰려 있고 차기 대선이 있는 내년은 정도의 차이를 떠나 레임덕현상을 피할 수 없고 일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도 없다. 결국 올해안에 이같은 국가과제를 해결하거나 해결을 위한 기본설계도는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김 대통령의 행보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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