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대구시내 ㄷ여중 앞 문구점. 3명의 여중생이 일어로 '부루부루 도그'가 적혀 있는 편지지를 고르고 있었다. '부루부루 도그'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캐릭터. 이 캐릭터는 공책·필통·연습장·책가방 등 문구류에서부터 인형·시계·액자·휴지함·상자·도시락 가방 등에 이르기까지 청소년의 눈길을 끄는 상품마다 '도배'를 하고 있다. 한 여중생은 "강아지가 눈물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의 이 캐릭터는 예쁘고 귀엽고 또 불쌍하다는 동정심 때문에 요즘 인기 최고다"고 말했다.
이 뿐 아니다. 헬로 키티, 포켓몬스터, 디지몬, 타래팬더, 고개빵, 모모팬더… 온통 일본 캐릭터 상품 일색이다. 국산 캐릭터는 예외없이 구석으로 밀려나 있다.최근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과는 아랑곳없이 초중고 여학생은 물론 심지어 여대생에 이르기까지 일본 캐릭터를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경우 디지몬 등 일본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액세서리, 완구, 문구, 게임기 등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이들 캐릭터의 가방, 노트 등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문구,완구류 매출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새학기를 맞은 초교나 여중고 학교 앞 문구점 대부분은 부루부루 도그 등 일본 캐릭터 상품으로 넘쳐나고 있다.
한 문구점 주인은 "일본 캐릭터 문구는 보통 6개월을 주기로 새 제품이 나오는데 일본어가 적혀 있으면 학생들은 무조건 관심을 가진다"며 "타래팬더에 이어 지난 9월쯤 등장한 부루부루 도그와 고개빵은 현재까지도 인기를 누리고 있고, 한두달 전부터 시판을 시작한 모모팬더도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모(13·ㄷ여중 1)양은 "캐릭터가 이쁘기도 하지만 일어만 쓰여있으면 아이들이 아주 좋아한다"며 "부루부루 도그가 그려진 상품을 가지고 있지 않는 여학생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 제품은 로열티를 지불하고 캐릭터만 일본에서 사와 제품은 국내회사가 만들고 있지만 학생들은 상품 자체를 일본제품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 캐릭터 제품을 만들고 있는 ㅇ회사 관계자는 "한국 제조 표시를 해 놓았는데도 이를 일본 상품으로 오해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며 "캐릭터는 일본에서 인기를 끈후 보통 1년정도 후에 국내에 들어오는데, 캐릭터와 내용이 다양하고 재미있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영남대 사회학과 백승대 교수는 "인터넷 시대에 사는 청소년들의 문화적 취향이 점점 동일화하고 있다"며 "무조건적인 일제 선호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우리 상품을 세계화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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