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귀족 育兒

이스라엘 왕 솔로몬은 놀라운 지혜를 지닌 사람이었지만 자식 농사에는 실패했다. 그는 자식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심혈을 기울여 '잠언'도 썼다. '내 아들아, 네 아비의 훈계를 들으며, 네 어미의 법을 떠나지 말라'로 시작되는 '잠언'에는 '내 아들아'라는 말이 열세 번이나 나온다. 모든 교훈이 다 그 아들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천적인 모범을 보이지 못해 아들 르호보암의 교육엔 실패한 것이다. 르호보암은 '잠언'보다는 부친의 행동만 본받았기 때문에 훌륭한 왕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과 보호도 문제다. 이즈음 부모들이 많은 돈을 들여 자식을 특별하게 키우는 '귀족 육아'가 성행하는 모양이다. 내 아이는 뭔가 다르다, 특별하다, 최고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고 있다. 최근에는 '귀족 아기'라는 유로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해 가입이 폭주하고, 조기교육을 위해 한 달에 수백만원을 들여 외국인 영어 과외를 하는 가정도 있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는 한 달 수강료가 100만원대를 오르내리는 영어유치원이 20여 곳이나 있고, 창의력과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놀이학교도 아이들로 넘쳐나기는 마찬가지다. 사이버 쇼핑몰과 외제 아동의류 취급점을 통해서도 고가의 옷들이 날개 돋친듯 팔려 나간다. 무조건 다른 아이들이 입는 것과 다른 옷을 구해 달라는 부모도 있고, 지방에서도 찾는 손님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중국은 '땅이 크고 없는 게 없다(地大博物)'는 나라다. 마오쩌둥(毛宅東)이 미국을 '종이호랑이'로 조롱했던 배경도 그런 데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982년의 '일태화(一胎化)' 정책 이후 '외둥이'들은 '샤오황띠(小皇帝)'형이 많다고 한다. 부모의 과보호와 맹목적인 사랑 속에서 자라 응석받이.고집불통에다 버릇 없고 남을 생각할 줄도 모른다. 인내심도 없고 원하는 건 부모가 다 해주므로 자립심이 없는 것도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극성스런 자식 사랑도 '소황제'형의 인간을 키우고, 그 우월성과 폐쇄성이 계층간의 위화감만 심화시킬 뿐, 되레 자식 교육을 망치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 전문가들도 자녀를 귀하게 키우면 물질 소유 동기만 강화시켜 올바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원만하게 살아가기도 어려울 건 뻔하다. 자녀 교육에는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은 상식이지만 실천이 문제일 따름일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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