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스포츠맨이자 한의사인 이동화(39·수성구 수성3가 진한의원)씨는 열성 야구팬이다. 그러나 대개의 대구 사람들처럼, '참 복도 없는' 삼성 라이온즈 팬이다. 프로야구 출범 19년이 지났지만 삼성 라이온즈는 통합우승을 빼면 코리안 시리즈에서 한번도 우승을 못했다. 연고팀이 자주 우승하는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전 사람들이 부러웠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 19년을 돌아보면 어느 한 해 아쉽지 않은 때가 없었다. 아쉬웠던 순간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막강 사자 올해 우승 예감
'막강 투수진, 최강 내야, 마무리 리베라, 그리고 김응룡 감독까지…'. 삼성 라이온즈가 올해 우승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씨에게도 올해는 확실히 여느 해와 다르다는 느낌이 온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5일 개막 전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답지 않게(?) 1점차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역전패와 1, 2점 차 패배에 익숙해져 있는 대구 팬들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확실히 김응룡 감독은 다르네요. 예감이 좋아요. 하지만 더 두고 봐야죠". 지난 19년 동안 철저하게 무너져 내린 기대는 이제 야릇한 의구심으로 변해 있다.
◈선수 위로 술까지 사줘
이동화씨는 주말에 대구 경기가 있는 날엔 어김없이 야구장을 찾는다. (한의원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수요일에도 오전 근무만 하고 야구장으로 냅다 달려가기 일쑤. 그는 손뼉치고 고함만 지르는 팬이 아니다. 한의학 지식을 총동원, 부상에 시달리는 김상엽, 박동희, 조계현, 최창양 선수를 치료해주기도 했다. 지친 선수들에겐 위로를 곁들인 술까지 사주는 열성 팬이다. 하지만 육탄전을 방불케하는 그의 응원에도 삼성 라이온즈는 늘상 무기력으로 답했다.
"이길 때는 11 대 1, 16 대 2, 질 때는 3 대 1, 5대 4 … 도대체 이게 뭡니까? 늘 이길 수야 없지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투혼은 보여줘야 할 것 아닙니까?" 사자들의 그 맥빠진 얼굴에 날계란을 사정없이 던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었을까. 하지만 이동화씨는 올해도 변함없이 야구장을 찾아 응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삼성이 언제 우승 후보가 아니었던 적이 있습니까?". 마치 우승 문턱에 와 있기라도 하듯 떠들어대는 언론의 호들갑에도 그는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올해도 사자들이 맥빠진 모양새로 경기장에서 물러난다면 앞으로 사자 응원을 그만둘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동화 씨에게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은 단순히 오래된 희망이 아니었다. 차라리 20년 동안 품어온 눈물겨운 음모라고 하는 편이 옳을 지도 모른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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