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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미·중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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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몰락한 이후 유럽의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열린 '빈 회의'(1814. 9~15. 6)는 정말 성대했다. 3일에 소연(小宴)이요 5일에 대연(大宴) 정도가 아니라 연일 큰 잔치요 호화 무도회였다.

세상에서 손꼽히는 유럽의 미희들이 대거 참석, 영국, 러시아, 프러시아, 오스트리아 등의 군주를 에워싸고 춤판을 벌였다. 오죽했으면 당시 유럽의 신문들이 이를 두고 '회의는 춤춘다'고 표현했을까. 빈 회의의 화려한 무도복 뒤편에는 오스트리아의 명 외상 메테르니히의 책략이 있었다.

유럽을 석권하려는 러시아와 프러시아를 견제하고 오스트리아의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패전국인 프랑스에 전쟁 배상을 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보호할 필요가 있었고 그 결과 '춤추는' 회의가 등장하게 됐던 것이다. 10개월의 회의 기간동안 매일 마시고 춤추는 데 빠져버린 각국의 군주와 대공(大公)들은 메테르니히의 계산대로 프랑스에 전쟁책임을 묻기보다 흐지부지 넘기다시피 했고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강국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국제외교에는 이처럼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웅대한 책략이 있나하면 요즘 공중 충돌에서 비롯된 미·중(美·中) 갈등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섬세한 '기(氣)싸움'도 눈에 띈다. 미국의 화해 제스처를 받아들일 것 같던 중국이 미국이 사과하기전에는 절대 화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다시 두나라 사이에 강경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대형(大兄)으로 사실상 팍스아메리카나(미국의 세계지배)를 구가하는 미국의 자존심으로는 유감(regret) 정도로 공중 충돌사건을 마무리 짓고 싶은 입장이다. 그런데 세계의 새로운 강국을 자임하는 중국이 사과한다(apologize·다오첸)는 말을 요구하고 있는데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으로서는 체면을 구기지 않고 중국을 달래는 입장에서 미안하다(sorry·바오첸)는 정도에서 끝내면 어떨까 하는 의견도 없지않지만 중국측은 여전히 막무가내로 '사과하라'고만 요구하고 있으니 난감한 터수다.

이처럼 세계의 강국을 자처하는 양국이 단어 하나를 두고 자잘구레(?)하게 샅바싸움을 하는 것은 임박한 협상타결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기 싸움'이라는 분석도 없지않다. 요즘 외교무대에서 실수 연발하는 당국에게 '외교란 이런 것'이라고 눈여겨 보기를 권하고 싶은 대목이 아닌가 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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