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공대 박막화 성공 마그네슘 다이보라이드

한동안 침체돼 있던 세계 초전도 학계에 새로운 열풍을 일게 한 주역이 바로 마그네슘 다이보라이드(MgB2)다. 마그네슘과 붕소(보론)의 화합물질로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대 아키미쓰 준 교수팀이 지난 1월 -234℃(절대온도 39K) 이하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 자연상태에서 구할 수 있는 비교적 흔한 물질인데다 가공성이 뛰어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세계 각국은 개발 경쟁에 열을 올렸다.

-234℃는 초전도체로는 그다지 높은 온도는 아니다. 최고 온도가 -139℃에 이르는 세라믹 화합물 고온 초전도체가 개발됐기 때문. 그러나 세라믹 초전도체는 깨지기 쉬워 전선으로 뽑기 어려운데다 원료 가격도 비싸 응용 폭이 좁았다.

포항공대 초전도 연구단이 박막화에 성공한 마그네슘 다이보라이드는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초전도 물질보다 많은 전류를 흘릴 수 있다. 금속이기 때문에 가공성도 뛰어나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가공기술이다.

이성익 교수는 "마그네슘 다이보라이드의 재료는 구하기 쉽지만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 핵심"이라며, "일본 준 교수의 발표 이후 선진 각국에서 박막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확보한 기술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마그네슘 다이보라이드 박막화에 세계가 흥분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먼저 금속계 초전도체 중 가장 온도가 높다는 점이다. 금속계 초전도체의 한계로 여겨졌던 절대온도 30K를 훌쩍 넘어서 39K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난 것이다. 이 정도면 온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고가의 액체 헬륨 대신 액체 질소를 쓸 수 있어 자기공명영상(MRI) 등 다양한 초전도체 응용분야의 비용을 현재보다 훨씬 낮출 수 있다.

또 마그네슘 다이보라이드는 화학적 구조가 간단하고 매우 안정적이다. 땅이나 바닷물에 풍부하게 존재해 원료 구하기가 쉽다.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초전도성 저하 같은 문제점도 거의 없다. 뛰어난 초전도성은 현재 서울에서 쓰이는 모든 전기를 지름 1cm의 전선에 흘려보낼 수 있을 정도다. 현존하는 어떤 초전도체보다 뛰어난 것.

이러한 장점 덕분에 앞으로 응용분야가 얼마나 넓어질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MRI 가격이 낮춰지면 기존에 X선 촬영을 하던 분야를 대신할 수도 있다. 아직 가능성만 점쳐지고 있지만 고에너지를 자기장 안에 저장하는 장치, 서울∼부산을 4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 등의 연구도 활기를 띨 수 있다.

이밖에 초전도체를 응용한 초고주파 통신, 사람의 심장이나 뇌에서 발생하는 미세 자기장을 측정하는 초전도 양자 간섭장치(SQUID), 초고속 수퍼컴퓨터 등 미래 사회를 바꿔나갈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한 셈이다.

포항·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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