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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연기, 그 순간의 치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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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상생(相生)의 원칙을 빌리지 않더라도, '주고 받음'이 인간 상호교감을 비롯한 모든 관계 맺기의 근본틀임을 우리는 안다. 이 교감의 흐름이 생동감과 의미를 확보하려면, 또 관계 맺기가 그 유기성 및 역동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순간의 치열함이 필연적이라고 본다.

일상이나 일상이 모델인 연기(acting)나 매한가지이다. 치열함이 상실된 교감, 이는 잘해야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어떤 순간의 치열함이냐고 묻는다면 받는 순간이 치열해야 제대로 줄 수 있다는 논리로 답하고 싶다.

영화 '박하사탕'의 다른 장면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오직 한 장면. 전속력의 기차를 향해 저돌적으로 선 설경구의 모습, 클로즈업된 핏기 서린 그 눈빛! 서릿발로 기호화된, 기차의 에너지를 받는 바로 그 순간의 그의 치열함만은 또렷이 내 뇌리에 각인돼있다. 그 눈빛은 받는 에너지이자 동시에 주는 치열함으로 내 마음의 잔상이 된 것이다.

(상대를) 제대로 보고 듣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뚫어지게 보고 절실하게 들어라"는 주문을 자주 하는데,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그냥' 보고 들으면 될 일에 웬 극성…. 그런데, 이 '그냥'이란 의식이 실로 문제다. 매사, 매순간을 당연하게 그냥 넘기니 절실하게 매달릴 대상이 없고, 결국 교감이 단절된 의례적 몸짓만 부리게 된다. 거기에 생명이 있겠는가.

예술이 논리냐 직관이냐는 논쟁 또한, 순간의 치열함이 전제되는 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살아있는한 둘 다를 부려도, 하나도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예컨대, 막 떠나려는 전철을 붙잡으려 계단을 안간힘으로 뛰어내리는 그 절실함, 곧 다시 올 줄 빤히 알면서도 놓친 그 순간에 오는 망연자실. 생사를 건 듯한 이 순간의 치열함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 이의 거짓부렁을 보며 그 옆에서 그침 없이 새는 "자식, 연기하네"란 입버릇을 잠재울 수 있다.

가야대 교수.연극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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