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TV를 끄자'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변천은 크게 보면 4단계를 거친다. 말(口語)과 문자, 인쇄, 전파가 바로 그것이다. 뉴스의 전달이나 발전과정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걷는다. 이중 대량전달 체계를 갖춘 것은 인쇄매체의 출현부터이고 전파는 동시다발(同時多發)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퍼붓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신문을 읽거나 전파매체인 TV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정보를 가지려는 욕구에서 출발하기는 한다. 그러나 TV가 주는 일방적인 수신(受信) 강요는 끝내 인간이 사고(思考)를 하지 못하도록해 '황량한 거리'로 내몬다.

▲"TV로부터 미국의 미래를 구하자" 'TV 끄기 네트워크'라는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내건 구호는 TV의 폐해에서 벗어나자는 단적인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이 TV 앞에 붙어 있는 만큼 다른 일을 내팽개치게 돼 TV 리모컨을 버리는 운동이 미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라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미국어린이들의 TV 시청 시간은 1년에 평균 1천시간일 정도로 예사롭지 않다. 어린이가 하루 3시간씩 TV를 보며 빈둥거려 운동 부족을 부르고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면 당뇨병 등 중병을 앓게 된다는 경고는 우리에게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TV끄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90년대 초로 본다. YMCA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지난 93년 7월7일 하루를 아예 TV를 켜지도 말자는 운동을 벌였다. 그 당시는 저질프로에 항의하는 것이 주원인이었지만 지금은 TV중독 증세의 치유가 주목적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TV시청시간도 미국과 좀처럼 뒤지지 않는 2시간50분 수준인 만큼 TV로 인한 활동 위축이나 운동 부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평일이 그 정도고 일요일에는 한시간이나 더 길어 'TV 오락'에 길들여지는 현상이 심각하다.

▲이런 TV 중독증세를 두고 '포테이토 증후군'이라고 한다. 어른이나 아이들이 이방 저방의 TV앞에 모여 앉아 감자튀김 등을 먹으면서 하루종일 TV를 보는 현상이다. 그냥 시간만 흘러보내 가족끼리, 특히 자녀간의 대화부족으로 인한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인도 될 수 있다. TV를 끄자. 가족끼리의 쌍방향 대화가 이루어지고 생각하는 여유도 되살아날 것이 아닌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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