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일본 이동통신의 선두주자인 NTT도코모가 5월말부터 실시하려던 3세대 이동통신(IMT-2000)서비스를 10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스페인도 당초 올해 8월에서 내년 6월로 IMT-2000 서비스 실시를 연기하기로 하는 등 3세대 이동통신이 출발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그동안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린 3세대 이동통신은 과도한 투자비에 따른 채산성 문제, 기술적 난제 등으로 인해 회의론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일본의 대표적 이동통신 업체인 NTT도코모는 자신감을 표명하며 독자노선을 고수해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던 NTT도코모가 서비스 실시시기를 늦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NTT도코모측은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100% 보장하기 위해 추가 테스트가 필요해 서비스 실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가 다른 기지국으로 이동할 때 계속 접촉을 유지시켜 주는 '핸드오버'기술을 비롯, 시스템운용 소프트웨어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했기 때문이란 것. 이에 따라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상용화가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이동통신업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당초 내년 5월 실시 예정이던 국내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일본처럼 기술적 문제 외에 정부 정책, 서비스 업체들의 경영전략 등이 걸림돌로 작용, 서비스 일정이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정보통신부는 국내 장비업체들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동기식 사업의 육성을 위해 비동기식 IMT-2000 서비스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유력한 LG텔레콤이 출연금 삭감을 요구하며 사업실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점도 IMT-2000 서비스 조기실시의 걸림돌이다. 정부는 동기식 사업자의 출연금 삭감 요구를 수용할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세계무역기구(WTO)의 차별적 보조금 금지조항에 위배돼 망설이고 있다.
SK IMT, KT 아이컴 등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들은 모회사의 관련 기업인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이 2.5세대인 IS-95C 서비스를 위해 이미 3천억~5천억원을 투자했다. 더욱이 2천억~9천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해 막대한 투자에 따른 수익을 거둘 사이도 없이 3세대 서비스에 나서기 어려운 처지다. 이때문에 국내 3세대 이동통신 상용 서비스는 2004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 이동통신 업체들 역시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실시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의 업체는 지난해 주파수 경매때 회사별로 400억 달러에 달하는 출연금을 지불했다. 따라서 일정대로 2003년부터 서비스에 들어가더라도 14년간 시스템 투자에 따른 2천400억 달러의 손실이 불가피하고 2017년이나 돼야 이익을 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은 서비스 실시를 연기하기로 했고 다른 유럽국가들도 서비스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재정적 손실이 크다 보니 당분간 2.5세대 이동통신에 주력하고 3세대를 건너뛰어 4세대로 직행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의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아시아나 유럽보다 더 늦어질 전망이다. 돌발변수가 있지만 아시아와 유럽은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가입자들에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국적 네트워크 구축이 제대로 돼있지 않다. 여기에 주파수 배정, 경쟁적인 기술표준, 인터넷 접속시의 선택 등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음성 서비스와 더불어 비디오와 MP3(고음질오디오압축) 기능이 새롭게 첨가되고 2세대 보다 200배 빠른 2Mbps의 속도로 빠르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꿈의 이동통신, IMT-2000 서비스가 점점 '계륵'이 되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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