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 박정희 할머니의 육아일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여자보다 위대한' 이땅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고, 영원불변의 가치를 지닌 육아의 고귀함을 일깨워주는 '愛, 박정희 할머니의 육아일기'(한국방송출판 펴냄)가 나왔다.

지난해 12월17일 KBS의 일요스페셜에 방영되면서 전국을 감동의 물결로 수놓은 박정희 할머니(79)의 육아 일기를 읽노라면 버지니아 사티어 여사가 말한 '인간만들기'가 바로 가정, 특히 그 집의 어머니에 의해서 좌우됨과 동시에 정성을 다한 창조적 육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경성여자사범 출신으로 3년간 교편을 잡고 평양의전 출신 의사 유영호씨와 결혼한 박 할머니는 자녀를 기를때나, 그들이 다 출가한 지금이나 단 한순간도 함부로 살지 않았다. 지금도 동네 젊은 주부들을 위한 그림교실을 아파트에서 열고 있으며, 그림교실 시간을 통해 사람사는 법을 가르치는 또다른 육아'(?)를 자청하고 있다.

박 할머니가 낸 육아일기는 한두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도 혼줄을 내는 요즘 엄마들이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딸 넷과 아들 하나 모두 다섯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소감은 물론 목욕을 시킬 때의 방안 풍경, 아이가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써온 글씨, 자라던 집모양과 평면도, 때때옷을 입은 모습과 이름에 담긴 뜻까지 마치 제3자가 육아현장과 사회현상을 관찰하듯이 그렇게 섬세하고 다양하게 그려져있다.

그래서 이 책은 한 가정의 육아일기일뿐만 아니라 50여년간 20여명의 시댁식구를 뒷바라지 하면서 치른 집안 가족사, 딸들과 사위가 어머니에 대해서 쓴 글, 그리고 당시의 정치, 사회적 상황까지 그려져 있는 살아있는 역사책이기도 하다.

"평양에는 소련군이 밀려들어왔다. 소련군의 상당수가 시베리아로 유배갔던 굶주린 죄수들이었다. 남의 시계는 보는대로 빼앗아 제 팔에 몇개씩 차고, 공장의 시설이건 자재건 닥치는 대로 빼앗아 갔다. 아무 가정집에나 들어가 색시 다와이(달라)고 위협을 하질 않나…".

박 할머니는 "좋은 동화책을 찾다가 구할 수가 없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넣은 육아일기를 만들었다. 꼭 필요한 것들만 기록했는데, 아이들이 한글을 깨우치는데 큰 몫을 했고, 덤으로 아이들은 모두 그림선수가 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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