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성보호법' 유보 여성계 입장

최근 발표된 맥킨지의 '우먼 코리아'보고서는 한국경제가 지식산업구조로의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 120만의 전문직이 필요하나 남성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두뇌의 활용이 선진 한국의 실현에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20~30대 여성인재를 직장에서 퇴장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인 육아부담으로부터 여성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육아지원을 위한 사회적 투자를 강조했다.

여성의 육아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차세대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1999년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은 1.42로 선진국 평균 1.56보다도 낮은 상태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015년부터는 전체 인구가 감소세로 반전해 2020년에는 20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18.9명의 노인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모성보호는 그런 의미에서 국방이나 환경보호와 같은 '공공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투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모성보호를 다룬 관련 법안이 현재 시행 유보의 위기에 처해 있다. 쟁점이 되고 있는 법안의 주요 골자는 △출산휴가를 60일에서 90일로 늘리고 △육아휴직기간에 임금의 30%를 생활비로 지급하며 △남자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다.

문제는 법안 시행유보의 명분으로 내세운 비용부담이 과연 적절한가에 있다. 재계와 노동부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근로자 수를 부풀리는 등 과대 추산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영계가 시행 첫해에만 총 8천500억여원의 추가비용이 들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출산 여성근로자 13만명 전원과 배우자가 출산한 남성근로자 23만명 모두가 휴직했을 때를 전제한 것이다. 1999년 노동부 조사에서 기업체당 평균 육아휴직자가 0.04명에 불과한 사실을 감안할 때 아무리 제도개선으로 휴직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비용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비용논쟁에서 모성보호의 금전적 편익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점 또한 너무 아쉽다.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에 요구되는 고급 여성인력의 활용과 고령화사회의 출산율 지지가 가져올 편익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사회가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을 크게 절감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성들이 부양의존집단이 아니라 취업을 통해 자신의 건강과 노후 등을 위해 스스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생산적 복지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현재 한국기업이 주도하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는 '남성 단신 가장'에 의존하는 시스템의 파괴를 전제로 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21세기형 사회시스템의 구축에 대한 통찰력과 책임감이 필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양 성 주

경상북도 여성정책개발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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