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행 시외 직행버스가 승객 7명을 태우고 포항터미널을 출발했다. 포항나루 끝과 흥해읍에서 각 1명, 청하면에서 2명이 중간에 타 승객은 11명이 됐다. 남정(영덕)에서는 1명이 타고 1명이 내렸다.
그러나 강구(영덕)에서 7명이 내려 버렸다. 영덕에 도착할 때 남은 승객은 겨우 4명. 운전기사 김모(50)씨는 "시간대 및 구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포항~영덕~울진~삼척~강릉 노선 평균 탑승객은 10명 이하일 때가 대부분"이라고 했다.경북 도내를 운행하는 버스들이 텅텅 비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업체들은 매년 적자라고 야단이고, 행정당국은 수십억씩 돈을 대 주느라 힘들지만, 주민들은 결행.지연 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외버스도 고전=도내 시외버스 노선의 39%가 '비수익 노선'으로 집계돼 있다. 작년 말 경북도청이 교통량을 조사한 결과, 전체 903개 도내 노선 중 영덕~평해읍, 영덕읍~진보면 등 353개 노선이 그렇다는 판정을 받은 것. 비수익 노선은 평균 승객이 14명 미만인 경우이다.
대구~영천~죽장(포항) 오지마을 사이를 운행하는 금아여객 버스 경우, 적자가 겹치는데도 정부 보조조차 없다며 빠르면 다음달부터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문제가 되고 있다. 4대의 버스로 2개 노선을 각 하루 1왕복 하고 있으나 버스 대당 월 500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고 회사측은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수익 노선으로 분류된 포항~영덕, 포항~영천~대구 등도 평일 평시(출퇴근 시간대 이외)에는 승객 10명 안팎을 태운 채 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판단됐다. 그것도 1998년 이후 30%를 감회하고, 11%나 감차한 이후 나타난 결과이다. 여기에는 버스회사들의 잘못도 있다. 배차 간격이 5분 안팎으로 지나치게 짧아 빚어진 것. 경일여객 김창우 총무계장은 "버스 회사들 사이에 이해 관계가 얽혀 감차 등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라고 했다.
◇군내 버스는 이제 관영화 단계까지=군 지역을 운행하는 군내버스는 사정이 더 나빠 경북 도내 1천515개 노선 중 56.3%인 854개 노선이 비수익 노선인 것으로 경북도청은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되니 봉화군청은 전국 처음으로 1996년에 3대의 군 공영버스를 투입, 운영하고 있다. 버스 구입비는 중앙정부에서 얻고, 운전기사는 군청 운전직을 배치했다. 그 결과 그때부터 작년 말까지 연인원 18만6천여명이 이 버스를 탄 것으로 나타났다. 총 총수입금 8천731만여원에 총지출 8천734만여원. 일단은 균형이 잡힌듯 보인다. 그러나 연간 630만원의 보험료, 버스 감가 상각비, 인건비 등은 빠져 있다. 실제로는 적자인 셈.
경남 창녕군청은 1998년에 16대의 버스를 구입, 개인회사에 지입 형태로 넣어 군내버스로 돌리고 있다. 운전기사 임금이나 보험료 부담, 수익성 계산 등은 개인회사가 해결하는 방식. 그러면서 군청은 매년 5천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결국 세금으로 운영비 부담=경북도청은 매년 시외버스 비수익 노선 지원금으로 7억5천만원을 지원해 왔고, 올해는 10억원으로 올렸다. 군내버스에 주는 지원금은 무려 40억8천만원에 달한다. 경제교통정책과 윤정길 과장은 "돈을 지원하지 않으면 버스 운행이 중단돼 결국 도민들만 피해를 보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다소 고무적인 징조는 이 골치아픈 문제에 중앙정부가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 1999년 1억1천400만원, 2000년 2억5천400만원 등 벽지노선 지원을 시작하더니, 올 들어서는 교통세.부담금 4천400억원 중 50% 범위 내에서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현황 보고를 요구했다는 것.
또 오는 7월부터는 경유.LPG 값 인상분을 중앙정부가 보조키로 약속하기도 했다. 경북도청 경제교통정책과 김용택 주임은 "지방정부들의 재정이 열악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 불편 호소는 계속돼=정부 지원과는 무관하게, 이런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현장 이야기는 불평 덩어리이다. 결행이 잦고 지연 운행도 밥먹듯 한다는 것.
예천군 지보면 상월리 권순학(62)씨 등 농민들은 승객이 감소하자 2, 3년 전부터 군내 버스가 자주 결행한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군청.버스회사 등에 여러 차례 요구해도 개선이 안된다는 것.
하지만 버스회사 측은 "64개 노선 중 90%이상(57개)이 벽지.오지 노선이어서 승객이 한 명도 없을 때가 많아 폐업 마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1996년 이후 매년 2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으나 군청으로부터 작년에 받은 보조금은 1억3천만원에 불과했다고도 했다.
권광남.임성남.김진만.조기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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