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리핀, 마닐라 일원에 폭동사태 선포

필리핀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1일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지지세력의 정부 전복기도 유혈폭동과 관련, 수도 마닐라 일원에 '폭동사태'를 선포하는 등 필리핀 정정이 극도의 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에스트라다 지지세력이 군장교 등을 동원한 쿠테타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필리핀 정부가 야당인사 11명에 대한 체포령을 발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시위대의 무장= 1일 새벽부터 마닐라 말라카냥궁 부근에서 발생한 유혈충돌 사태는 15년 전인 지난 86년 2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축출한 이른바 '피플 파워' 이후 최악의 마닐라 유혈시위로 기록됐다.

이번 시위로 시위대 2명과 경찰 2명이 숨지고 12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사상자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1천여명의 군병력과 장갑차의 지원을 받은 진압경찰은 이날 대통령궁인 말라카냥궁 진입을 시도하는 2만여명의 시위대에 맞서 공중위협사격에 이어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 해산작업을 펼쳤다.

시위대는 사제 총기와 경찰이 버린 곤봉과 방패, 칼과 파이프 등으로 무장, 정문앞까지 진출했으나 진압경찰에 밀려 후퇴하면서 거리에 세워진 경찰차와 경찰 오토바이, 방송사 소속 소형트럭 등에 불을 질렀다. 또 일부 시위대는 주변의 상점 등을 파괴하거나 약탈했다.

◇빈곤층의 박탈감= 빈민가출신이자 전 영화배우인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하야는 귀족가문 출신인 아로요 대통령 등 현 집권세력의 음모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시각이 농촌과 도시빈민층 등 하류계층 사이에 팽배해있다. 특히 이들 하류계층들이 에스트라다의 전폭적인 지지자인점을 감안하면 이번 유혈폭동의 원인은 필리핀내 뿌리깊게 자리잡은 '계층간 반목'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로요 대통령의 대응=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수도 마닐라 일원에 폭동상황을 선포하고 경찰에 용의자를 영장없이 무제한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에르난도 페레스 법무장관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측근인 그링고 호나산 상원의원 ,후안 폰세 엔릴레 전 국방장관 등 11명의 야당인사 체포령을 내리고 이들을 체포하면 폭동교사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야당인사 체포작전에 나서 엔릴레 전 국방장관을 첫번째로 체포했으나나머지는 아직 체포하지 못했다고 한 경찰 첩보 책임자가 밝혔다.

아로요 정부는 경찰본부에 구금된 에스트라다와 아들을 1일 새벽 헬기편으로 마닐라 남쪽 60km 라구나에 있는 특별감옥으로 긴급 이송했다.

◇ 군부의 움직임=디오메디오 비야누에바 군 참모총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 군은 통수권자인 아로요 대통령 지휘 하에 일치단결해있다고 강조했다.

마닐라 외교소식통들도 군부의 쿠데타 가능성에 대해 "국민이 쿠데타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다는 점을 알고 있는 군부가 섣불리 칼을 빼지는 못할 것"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앞서 필리핀 군 관계자는 에스트라다측이 일부 군장교를 포섭하려했으나 군은 이에 말려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 국내외 여론=사태가 확산되자 마닐라 주재 미국대사관은 아로요 대통령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시위대들에게 법과 사법절차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캐나다 역시 아로요 대통령 정부에 대한 지지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의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는 하이메 신 추기경도 "에스트라다 진영이 시위대를 조종해 유혈폭력사태를 야기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그의 아들 호세 에제르시토를 통해 시위대에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에스트라다는 지지자들이 대통령 궁까지 행진한 것은 헌법을 수호하기위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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