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찬사 엇갈린 모리슨 신작 소설
"그들은 백인여자를 먼저 쏜다". 9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미국)의 최신 소설 '파라다이스'는 전체 주제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흑인여류작가인 그는 '빌러브드' '재즈' 등 대표작처럼 흑인과 백인이라는 대립 구조를 등장시키고, 여기에 '루비'라는 마을을 지배하고 있는 남성의 폭력성과 '수녀원'에 모여든 여성들의 피해의식이라는 또다른 대립 구조를 통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주민 전원이 흑인인 '루비'라는 작은 오클라호마 마을이 60, 70년대 인종문제, 세대갈등, 정치적 혼란을 겪다가 마을 외곽에 자리한 옛 수녀원에 모여사는 여자들의 집단을 공격해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줄거리다.
마을 '루비'는 19세기말 해방노예들이 서부에 정착했다가 2차대전후 오클라호마에서 외부와 단절한채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곳이고, 마을 외곽의 수녀원은 사회에서 버림받고 상처받은 여자들만 모여사는 곳이다. 작가는 흑인 파라다이스(약속된 땅)가 여자 파라다이스에 대해 자신의 전통과 혈통을 파괴하려는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장면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 현실의 허구성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이 책은 98년 출간당시 '삐걱거리고 축 늘어지는 소설'이라는 혹평부터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찬사가 엇갈렸다. 미국의 흑인정서를 배경으로 환상과 역사, 한 종족과 개인사가 10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전개되는 탓에 독자들로선 인내심이 필요한 책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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