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직한 체격에 술과 고기안주를 즐기는 40대 중반의 정 부장. 동료의 승진 축하연에서 과음을 한 뒤 취한 상태로 집에 와 잠이 들었다. 새벽 3시쯤 오른쪽 엄지 발가락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잠을 깼다. 이 통증은 점점 심해져 나중에는 너무 아파 뼈가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담요의 무게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하게 아팠다. 아침에는 엄지 발가락이 부어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통풍은 고대부터 알려진 질환이다. 유럽에서는 좋은 음식과 포도주를 즐겨 먹던 귀족들이 많이 걸린다고 해서 '왕의 질병'으로 불렸다. 한가하고 돈이 많아 안락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잘 걸리는 병이었다. 오늘날 식단이 서구식으로 바뀌면서 우리나라에도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통풍은 혈액 중에 요산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만들어진 요산 결정체가 여러 조직에 침착해서 생기는 병이다. 고뇨산혈증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관절염, 신질환, 신결석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통풍은 40대 이후 남자에게 잘 생기고, 폐경 이전의 여자에게서는 거의 볼 수 없다. 가족력이 있으므로 가족 중 한 사람이 통풍이나 혈중 요산이 정상보다 높으면 혈액검사로 요산치를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한군데 관절에 급성으로 오지만 주로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등 다리 관절에 발생한다. 90% 이상이 엄지발가락에 문제가 생긴다. 통풍성 관절염을 치료하지 않고 오래 두면 요산 결정체가 덩어리를 이뤄 피하조직에 가라앉아 딱딱한 혹을 만든다. 관절 주위뿐 아니라 귓바퀴, 심지어 심장판막에도 침범할 수 있다.
통풍은 요산과 요산 결정이 몸 안에 쌓여서 생기는 것이므로, 요산 형성을 억제하고 소변으로 많이 내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술은 될수록 마시지 않아야 하고 과로를 피해야 한다. 담배는 통풍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동반되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운동을 너무 지나치게 하거나, 탈수가 되어 수분이 부족하면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육류의 내장, 청어, 고등어, 정어리, 효모, 베이컨 등은 피해야 한다.
통풍은 만성 질환이므로 한 두번의 치료로 완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꾸준한 약물치료를 하면 병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통풍은 두려워할 병은 아니지만 잊어버리고 방치할 병은 더욱 아니다.
최정윤 교수(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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