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혼란의 인도네시아 어디로 가나

인도네시아 국회가 금융 스캔들로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준비중인 가운데 '정·부통령 권력분점안' 등 물밑 협상이 정치권에서 시도되고 있다. 와히드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국회로부터 조달청 공금횡령 및 브루나이 국왕 기부금 증발사건과 관련, 탄핵 사전단계인 2차 해명 요구를 받은 데 이어 국정자문기구인 최고자문위원회(DPA)가 대통령에 대한 자문을 거부키로 하는 등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벼랑끝의 와히드=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서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와히드 대통령은 오는 6~7월 소집될 국민협의회(MPR)에서 탄핵을 받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특히 국회는 지난 2월 1일 와히드에 대해 금융 스캔들 연루 의혹을 문제삼아 1차 해명요구서를 발부한데 이어 지난 1일 다시 2차 해명요구서 발부를 결의했다. 검찰도 조만간 와히드를 심문할 계획이다.

이밖에 국정자문기구 DPA는 지난 3일 "1차 소명때 신속한 국정쇄신을 추진토록 한 권고가 전혀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이상 자문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문을 거부했다.

◇어정쩡한 메가와티=초대 대통령을 지낸 수카르노의 장녀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은 국회내 최대 의석을 보유한 민주투쟁당(PDIP)을 이끌고 있어 와히드의 자진 사임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와히드가 탄핵결정으로 물러날 경우 헌법상 메가와티는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된다. 그러나 메가와티는 의회의 탄핵절차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등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메가와티는 국회가 탄핵절차를 강행할 경우 위헌 시비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어 자연스런 대통령직 승계를 위한 '몸사리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메가와티의 우유부단한 태도에 대해 당내 강경파 인사들의 비난성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와히드 사임을 요청하라는 군부 등 각계 각층의 압력도 거세지면서 메가와티는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와히드의 비리=와히드가 연루된 금융스캔들은 '블록게이트'와 '브루나이 게이트' 등 두가지다. 블록게이트는 와히드 전속 안마사가 지난 해 1월 대통령의 지시라며 구호자금 조성명목으로 350억 루피아(370만 달러·한화 47억여원)를 받아 챙긴 비리며, 브루나이 게이트는 와히드가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으로부터 받은 구호기금 200만달러(한화 25억여원)를 착복한 혐의다.

◇최악의 시나리오=와히드가 국회탄핵을 막기위해 계엄령을 선포하거나 국회가 정치적 타협없이 탄핵을 결정할 경우 인도네시아는 무정부 상태에 버금가는 극도의 혼란이 예상된다.

이경우 군사정권이 들어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국회가 탄핵을 결정해도 회원 3천500만명을 거느린 인도네시아 최대의 이슬람 조직 '나들라툴 울라마' 등 지지세력의 반발이 거세져 정국혼란이 가속화 될 공산이 높다.

◇정치권 협상=정치권내에서 와히드 대통령을 상징적인 국가수반으로 물러나게 하는 대신 메가와티 부통령에게 국정운영권을 넘기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유숩 무함마드 집권 국민각성당(PKB)총재는 7일 와히드 대통령의 일상적인 국정운영권을 메가와티에게 위임하라는 정치권의 요구를 원칙적으로 수용, 관련 법률개정을 지지한다고 전격발표했다. 이같은 발표는 정·부통령 사이의 권력분점을 명시하는 내용의 법령제정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와히드를 제외한 나머지 정당 지도자들도 원만한 사태해결을 위해 권력교체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어 극적인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신종합=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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