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헬기 사고현장·문제점

17일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오락마을 뒷산 국유림 산불 현장에서 발생한 헬기추락사고로 조종사 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건은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산불때 헬기지휘체계 부재와 대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 등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사고원인

현장 상황실 관계자들은"헬기동체 하단에 부착된 스노클링 펌프가 저공 비행중 나무에 걸리면서 추락했다"고 밝힌 반면 가까운 곳에서 추락광경을 목격한 김훈(32) 산림항공관리소 공중진화대원은"사고 헬기가 고도를 높이던 중 맞은 편에서 오던 소방소속헬기와 충돌을 피하려 급히 왼쪽으로 돌면서 기체가 양력을 잃고 기울며 뒤집어져 추락했다"고 했다.

헬기가 폭발하면서 블랙박스 중 VCR(음성기록장치)은 불에 탔지만 데이터레코드(기체결함 확인 장치)는 그대로 남아있어 이를 러시아 제작사로 보내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한편 사고원인이 헬기간 충돌을 피하다 발생한 것이라면 진화헬기 지휘체계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고현장 및 수습

사고 헬기는 추락과 동시에 폭발하며 불이나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였으며 파편 잔해들은 추락 지점에서 사방 200m 주변 곳곳에 흩어졌고 엔진 파편 일부는 사고현장에서 1.5km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돼 폭발의 정도를 짐작케 했다.

승무원의 시신도 심하게 훼손, 기내 좌석 배치로 신원을 파악해야 할 정도.

이날 오후 2시30분쯤 공중진화대원들에 의해 수습된 시신은 오후 4시쯤 안동의료원 영안실에 안치돼 임시 합동분양소가 마련됐다. 산림청은 사망 승무원 및 유족 대책회의를 열어 순직자에게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산림청장(葬)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사고일지 및 근무여건

이번 사고는 1996년 경남 합천군 황강마을 산불때 헬기가 고압선과 충돌해 조종사와 정비사 등 2명이 숨진 사고 이후 두번째.

산림청 산림항공관리소 김포지소 소속 헬기 조종사들은"올 해는 산불이 잦아 거의 매일 진화현장에 투입됐다"며"산림청 보유 헬기 34대로 정상적인 교대근무를 하려면 최소 150여명이 필요하나 20명이 결원된 상태"라고 했다. 게다가 근무시간도 일출~일몰까지로 봄철에는 하루 14시간에 이른다는 것.

이 때문에 헬기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거의 매일 화재 현장에 출동해 피로와 격무로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어 인력확충 등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분향소 및 유족 반응

합동분향소에는 김대중대통령 등의 조화와 안동지역 소방공무원 등 100여명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오후 6시쯤에 도착한 유족들은 영정을 가슴에 안고 오열해 분향소가 일시에 울음바다가 됐으며 유족들의 요청으로 이날 밤 10시쯤 분향소를 경남 언양시 보람병원으로 옮겼다. 전흥덕 부조종사의 부인 김정화(37)씨는"올 봄에는 거의 매일 현장에 투입돼 아이들과 놀아 줄 시간이 없어 항상 가족들에게 미안해 했다"며"어제는 큰딸에게 이번 산불진화가 끝나면 바닷가로 여행가기로 약속해 놓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고 말았다"며 목놓아 울었다.

비보를 접한 산림청 산림항공관리소 양산지소 직원들은 믿기지 않는다며 허탈해 했다. 서무계 김숙희(34·여·행정주사보)씨는"책임감이 남달랐고 일반직원들과도 격의없이 친분을 나누는 등 정감있는 분 들 이었다"고 말했다.

특히"이용수 정조종사는 매년 사무실 뒷 마당에 텃밭을 가꿔 왔는데 사고 전날 출동 직전에도 텃밭에 나가 직원들에게 나눠주겠다며 채소 씨앗을 뿌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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