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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시와 시인'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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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타계한 시인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는 우리 문학의 축복인가 저주인가. 그와 그의 시는 우리에게 영광인가 치욕인가. 우리 시문학사에 뚜렷한 업적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평가는 '절대적 긍정'과 '절대적 부정'으로 엇갈려 왔다. 기존 권력과 영원성에 대한 절대 긍정, 반권력과 현실의 구체성에 대한 절대 부정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가 우리시에 끼친 영향은 결코 부정될 수 없으며, '몽매적 신화'냐, '감정적 단죄'냐 식의 이분법이 아닌, 면밀하고도 생산적인 토론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미당에 대한 평가가 또다시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시인 고은(高銀)씨가 그를 맹렬히 비판한 사실이 최근 일간지에 보도된 뒤 '시와 시인과의 관계'를 놓고 논란이 가열, 그 평가나 반응이 '긍정과 부정'으로 팽팽하게 치닫는 양상이다. 게다가 그가 이 세상을 떠나자 제자인 고씨가 비판에 나선 문제를 두고도 '패륜' 또는 '부관참시'라는 악평과 '용기 있는 행동'이란 호평으로 갈리고 있다.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미당 담론-'자화상'과 함께'라는 고씨의 평론이 실리면서 논란이 재연되는가 하면, 고씨가 격렬한 비판을 가한 사실 자체도 결코 간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고씨의 통렬한 비판에 대해 역시 제자인 시인 문정희(文貞姬)씨가 반론을 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스승을 폄하하는 것은 일단 배은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단과 독자들의 반응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음은 무엇을 말할까.

▲고씨는 미당의 작품.인생.철학.정치행로 등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면서 '상대가 일제든 해방 이후의 집권세력이든 권력의 편에 존재함으로써 시인의 특장인 음풍농월의 가락 속에 일신의 안보를 유지'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문씨는 대통령 전용기에 앉아 대통령과 함께 공항을 나서고 인민복을 입은 최고 권력자와 와인잔을 부딪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스승이 '재조'있다고 늘 칭찬한 제자가 비범한 '재조'를 다른 데 쓰지 말라고 꼬집었다.

▲문학 작품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가의 삶과 문학 작품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주장과 '작가는 문학 작품으로 평가되고 읽혀져야 한다'는 주장이 늘 맞서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작품은 작가보다 위대하다'는 말도 있다. 아무튼 고씨의 이번 미당에 대한 비판론은 '용기 있는 행동'이냐 '패륜'이냐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 문학과 문단의 치부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하게 만든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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