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난 두려워 몰래한 경제토론?

여야 경제통 의원들과 경제부처 장관들이 19일 벌이는 경제토론회는 출발 직전까지 행사 내용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등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허심탄회한 토론을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행사를 주관한 재정경제부는 "공개로 진행될 경우 참석자들이 정치적인 공세나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진념 경제부총리와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의 합의로 추진됐던 이번 토론회는 당초 원주 한솔 오크밸리에서 갖기로 했으나 언론에 알려진 후 장소를 변경했다.

참석자들도 19일 오전까지 "개별 이동으로 오후 3시30분에 도착한다"는 내용만 통보 받았을뿐 장소나 구체적인 토론 주제는 알지 못했다. 주최측은 출발 한 시간 전에 장소를 통보하기로 했다. 재경부는 "행사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고 주장하다 18일에야 행사 자체를 알리는 연막전을 쓰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공적자금과 기업 구조조정, 재정파탄 등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 정부측이 보안 유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일 오전에 발표할 회의 결과도 재경부가 작성한 후 여야가 합의하는 형식으로 발표키로 했다. 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어차피 토론 장소나 내용이 알려질텐데 정부측이 너무 보안에 신경쓴다"고 못마땅해 했다.

한편 김 의장과 이 의원은 이날 오전에도 회동을 갖고 막바지 전략을 숙의했으며, 민주당 의원들도 각각 야당 의원들의 예상 가능한 질의에 대비한 대응논리를 점검하는 등 막판까지 토론회 준비에 분주했다.

특히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토론을 통해 재벌개혁, 국가부채, 공적자금, 현대문제 등을 정부의 정책실패로 보고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정부와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측이 오해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적극 해명하고, 4대부문 개혁 완수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는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의 '최근 경제동향과 정책대응', 금융연구원 정해왕 원장의 '금융기업 구조조정 추진현황과 향후과제'라는 주제의 기조발제를 들은 뒤 자유토론 순으로 이어졌다.

19일 오후부터 서울 근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토론회는 여야 경제통 의원들과 경제부처 장관들이 재벌개혁, 공적자금 운용 전반, 현대그룹 지원, 국가채무, 추경예산 등 경제현안에 대한 비공개 합숙 토론회.

이번 토론회에는 민주당에서 정세균 기조위원장, 강운태 제2정조위원장, 재경위 소속 홍재형.박병윤 의원이, 한나라당에서 김만제 정책위의장, 이상득 국가혁신위 부위원장, 이강두 당예결위원장, 재경위 소속 안택수.이한구 의원이 각각 참석했다. 정부측에서는 진념경제부총리,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참석했다.

특히 이런 형식의 토론회는 정치권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며, 여야 및 정부측은 토론회가 끝난 뒤 '책임있는 경제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뒷받침을 하자'는 등의 내용을 합의문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여야 및 정부가 이들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해 그동안 첨예한 인식차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토론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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