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책 표지와 편지지·시전지를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했던 목판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17일부터 두달간 열리는 영남대박물관 소장 목판전 '면과 선의 세계'를 찾으면 우리 목판문화의 우수성과 선인들이 누렸던 생활 속의 멋과 향기에 흠뻑젖을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목판은 능화판(菱花板)·시전지판(詩箋紙板)·부적판(符籍板) 등 200여점.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목판을 3개 분야로 나눠 목판화와 함께 전시, 우리 목판인쇄술과 공예미의 정수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들 목판의 최대 컬렉션인 영남대박물관의 체계적인 유물전시가 판본 자체와 다양한 문양의 감상 기회도 제공할 전망.
'능화판'은 책의 표지를 장식하기 위해 각종 문양을 조각한 목판이다. 만자문을 비롯, 연화·석류 등 꽃문양과 용과 박쥐 등의 길상문뿐 아니라 기하학적 문양까지 아우른, 중국·일본에서도 그 유례가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재이다. 능화판과 탁본, 그리고 실제 능화판을 사용한 고서까지 함께 전시해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고있다.
'시전지판'은 시나 편지를 쓰는 종이에 찍어 멋스럽게 장식하기 위해 제작한 목판이다. 이번에 척화비문이 새겨진 대원군 전용 시전지판과 사군자가 새겨진 시전지판 원판, 시전지를 사용한 다양한 색상의 간찰이 함께 전시됐다.
시전지는 중국에서 유래했지만 화면전체를 덮는 중국의 것 과는 달리 책판처럼 세로줄을 만들고 한쪽 여백에 매화나 난초 등을 새기는 형식으로 단아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유홍준 교수(영남대·미술사)는 "시전지판에는 낙관이 들어있는 것도 많아 조선시대 문인들이 전용 시전지를 제작해 편지와 시를 썼음을 말해주고 있다"며 "시전지와 시전지 목판화는 옛 문인들의 서정이 담긴 아름다운 유품이자 '조선의 미학'"이라고 했다.
'부적판'은 기능에 따라 불교의 전통부적과 소원성취부·액막이부·삼재부 등이 있는데 민간신앙의 도구인 부적지도 함께 전시,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청규 영남대박물관장은 "한국의 목판과 목판화는 민속분야뿐만 아니라 미술사에서도 지금껏 연구의 사각지대로 남아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며 "김해·목포·전주 등 각 지역 국립박물관 순회전시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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